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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와서 바베큐에 소주 한잔 하자” 존재감 커진 ‘K-소부장’
글로벌 반도체 시장, 한국인재에 손짓
대형 팹 넘어 전체 생태계 구축 필수
“지정학적 불안 속 실익 따져봐야”
빌 그라벨 텍사스주 윌리엄슨카운티장이 지난 1일 ‘세미콘 코리아 2024’의 미국 반도체 투자 포럼에서 지역 사회의 반도체 지원 정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저희 텍사스 주에 오시게 되면 보좌진과 제가 시간내서 테일러시를 소개하고 원하시는 부지도 볼 수 있게 해드릴 겁니다. 바베큐와 함께 소주도 한잔 하시죠. 그게 바로 파트너십이자 협업 아니겠습니까?”(빌 그라벨 텍사스주 윌리엄슨카운티장)

국내 반도체를 향한 전세계 주요 국가들의 러브콜이 대형 제조업체를 넘어 중소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까지 번지고 있다. 올해 열린 국내 최대 반도체 전문 전시회에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연합(EU), 동남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반도체 투자 설명회를 열었는데, 모두가 “우리 나라(지역)에 어서 와달라”고 어필했다.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반도체 생태계 구축를 위한 소부장 기업들의 존재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원이 한정돼 있는 소부장 업체들은 글로벌 진출에 큰 결심이 필요하다. 각 지역에서 제공하는 인센티브나 세제혜택 등을 면밀히 따져보며 실익을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유럽·동남아 총출동...‘K-소부장’에 적극 어필=지난 2일 막을 내린 반도체재료장비전시회 ‘세미콘 코리아 2024’에서는 전세계 주요 지역들의 반도체 투자 포럼이 진행됐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미국 반도체 투자설명회’는 그 규모를 확대해 뉴욕, 애리조나, 인디애나, 콜로라도, 텍사스 등 총 5개 주 관계자들이 찾았다.

유럽과 동남아는 올해 처음으로 반도체 투자설명회를 마련했다. 네덜란드와 독일, 벨기에, 스위스, 스웨덴, 영국, 프랑스 7개국이 EU의 반도체 지원법과 투자 전략을 소개했고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반도체 산업 관계자들도 자국의 반도체 산업 현황과 각종 지원 정책을 알렸다.

특히, 미국 반도체 투자 포럼의 분위기가 제일 역동적이었다. 미국 주정부 관계자들은 각 지역의 반도체 지원 혜택과 인프라 현황을 매우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전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뿐 아니라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반도체 소부장 업체 관계자들이 대거 몰리며 130여명이 넘게 포럼을 찾았다.

가장 돋보였던 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장이 건설되고 있는 텍사스주였다. 브랜든 라이델 텍사스주 테일러시장과 빌 그라벨 텍사스주 윌리엄슨카운티장이 직접 나서 다양한 지역 내 혜택을 약속했다.

브랜든 시장은 “삼성전자가 테일러로 온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수자원이 풍부하고 전력망 관리가 잘 돼있으며, 토지가 평지고 저렴하다”며 “여기에 다양한 보조금도 지급하고, 다양한 허가 절차가 신속하게 제공된다”고 말했다.

빌 카운티장도 “오전에 시장님과 함께 30여개 공급사들과 미팅을 했는데 윌리엄슨 카운티에 오고자하는 기업들이 많았다”며 “그 리더 중 한분이 ‘테일러시에서 사업을 고려하고 있는데, 한국을 벗어나 미국에서 사업을 한다는 건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걸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고, 따라서 위험을 감수하고 오는 한국 기업들에게 다양한 지역 내 혜택과 인프라 지원 등 파트너십을 약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리넬 맥케이 미국 상무부 칩스프로그램 국장은 이날 소부장 업체들이 신청할 수 있는 칩스법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참여를 독려했다.

리넬 국장은 “오늘 기준으로 총 570건의 반도체 보조금 신청서가 접수됐다”며 조만간 연구개발 시설과 첨단 패키징 분야에 대한 인센티브 세부 지원계획(Notice of Funding Opportunity)도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정부 차원에서 연구개발(R&D) 분야에 110억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며, 조만간 지원 공고가 날 것”이라며 “패키징 기판과 소재에 대한 펀딩 기회도 곧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한 기업의 반도체 생산 현장

▶지속가능한 반도체 산업 위해선...“공장만 아니라 전체 생태계 필요”=미국을 포함한 유럽, 동남아 등 주요 반도체 국가들이 소부장 업체 영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자국에 탄탄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단순히 대형 제조 공장만 유치해서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창욱 BCG 파트너는 “미국 칩스법 지원이 지난해까지는 대부분 팹과 공장에 제공됐다면, 올해는 소재·장비 기업들로 바뀌었다”며 “팹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공급망 체인, 생태계를 가져올 수 있도록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조업을 키우기 위해 단순히 팹만 늘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드밴스드패키징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등 지속가능한 제조 생태계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소부장은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서 다소 약한 연결고리로 꼽혔다. 현재 반도체 소부장 자립률은 약 30%입니다. 2021년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장비 3%, 소재 17%에 그친다.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계속되며 글로벌 진출 기회가 늘어났다는 장점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신중한 검토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도 자국에 적용되는 반도체 장비 대중 수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통제로 인해 자국 기업들이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지정학적 갈등이 계속되면서 글로벌 진출이 일종의 올가미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프렌드 쇼어링 정책 등으로 전세계 곳곳에 클러스터 형태로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는 가운데 국내 소부장 업체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며 “각 국가와 지역에서 주는 직접적 혜택과 향후 우려되는 규제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소규모 R&D 투자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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