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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인 미만' 사망 하루에만 2건...與 '산안지원청' 제안에 힘 실린 중처법 '유예'
부산서 '50인 미만' 중대재해법 첫 사례
여, 중대재해법 2년 유예, 산업안전청도 2년후 설립 제안
현장 수습 나선 고용장관 "부산 식당 사장님도 직원 내보내나 하소연"
고용부, 83만7000곳 중소사업장 4월까지 안전 대진단·컨설팅 지원
1월 31일 부산 기장군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첫 사고 현장 수습을 지휘하고 있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고용노동부 제공]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현장을 떠나는데, 강원도의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또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난달 27일부터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지 닷새 만에 부산에서 30대 근로자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전날 사고 발생 후 곧장 부산으로 내려가 사고 수습을 진두지휘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SNS를 통해 강원도에서 발생한 50인 미만 사업장의 추가 사망사고 소식을 전했다. 31일 하루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첫 사고가 발생한 부산 사업장의 직원은 10명이 전부지만, 이 회사 사업주는 중처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사업주가 구속되면 영세한 이 업체는 폐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나머지 9명의 직원도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중처법을 적용할 경우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 정부가 ‘공포마케팅’을 편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1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전날 2건의 사고가 중처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간 막판 합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에 5인 이상 50인 미만 전 사업장에 확대 적용하는 시점을 늦추는 대신 2년 후 ‘산업안전보건지원청’을 신설하는 것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선제 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요구해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본회의를 앞두고 의원총회를 열어 이를 의원들에게 공유할 예정이다. 다만 일부 의원들의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께 부산 기장군에 있는 폐알루미늄 수거 처리 업체에서 37세 근로자 1명이 집게차로 폐기물을 내리는 작업을 하다 집게마스트와 화물적재함에 끼여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이 사업장 상시 근로자는 모두 10명으로 지난달 27일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으로 새롭게 법 적용에 포함된 사업장이다. 고용부 한 고위관계자는 “‘공포 마케팅’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버린 안타까운 사건”이라며 “통계적으로 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자 수를 따져보면, 중처법 확대 적용 후 닷새 만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건 놀랄 일이 아니다. ‘2022년 산업재해 현황 분석’을 보면 전체 5인 이상~50인 미만 사업장의 업무상 사고사망자는 365명이다. 단순하게 1년 중 일하는 날을 200일이라고 가정하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목숨을 잃는 근로자는 하루 1~2명 발생한다. 하루에 한 곳 이상의 중소기업 사업주가 중처법에 의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중대재해법 대응에 총력을 기울인 대기업도 중대재해법 시행 2년 동안 검찰의 관련 사건 기소율이 90%에 달한다. 지난해 중대산업재해가 510건 발생한 가운데 검찰은 고용청으로부터 170건의 사건을 송치받아 37건의 수사를 마쳤다. 전체 37건 중 기소된 사건은 33건으로 기소율이 89.1%에 이른다. 검찰은 4건(급성중독 1건, 끼임 1건, 폭발 1건, 추락 1건)에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안전보건관리체계가 미비한 영세 사업장에 대한 기소가 연이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장관은 “늦게까지 고생한 부산청 감독관들, 안전공단 직원들과 인근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했다”며 “식당 사장님께 직원 수를 여쭤보니 13명이라고 하셔서 법이 추가 적용된다고 말씀드렸더니 걱정 가득한 얼굴로 하소연했다”고 말했다. 일반 직원 7명과 가족 6명이 함께 일하는 이 식당의 사장은 “손님도 예전 같지 않고, 우리들은 하루하루 장사가 살얼음판인데, 중대재해가 발생한다고 사장을 구속하면 너무 한 것 아니냐, 딸린 식구뿐 아니라 직원들도 나가야 한다며 토로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좋은 해결책은 사전 예방인데 문제는 돈과 사람, 그리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법의 취지가 처벌이 아니라 예방에 있다며, 예방 지원을 위해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한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또 한번 “국회도 사회적 약자일 수 있는 중소 영세 상공의 부담도 덜면서 산재예방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 정부는 산재예방에 더 노력해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더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부는 4월 말까지 ‘산업안전대진단’을 집중 추진하기로 했다. 누구나 안전보건 경영방침·목표, 인력·예산, 위험성평가, 근로자 참여, 안전보건관리 체계 점검·평가 등 총 10개 핵심항목을 온·오프라인으로 진단할 수 있다. 진단 결과는 3색 신호등으로 구분해 제공된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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