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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통사고 낸 배달 고교생…법원 “신호위반만으로 2600만원 요양급여 환수는 부당”
국민건강보험공단 신호위반 사고=보험급여 제한 대상 판단
법원 “신호위반 사고만으로 중과실이라 볼 수 없어”
배달 오토바이 사진.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야간에 오토바이 배달을 하다 신호위반으로 사고를 낸 고등학생에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600만원의 요양급여를 환수 조치하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당시 비가 와 시야 확보가 쉽지 않던 상황을 감안하면 고교생이 환수 기준인 중과실을 범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제6부(부장 이주영)는 오토바이 운전자 A씨의 부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환수고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국민건강공단보험은 A씨를 상대로 2600만원의 요양급여 비용을 환수 처분을 내렸으나 법원은 이를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2004년생으로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A씨는 지난 2022년 6월 오전 0시 22분경 오토바이를 몰고 경기도 안양시의 교차로를 지나가던 중 적색 신호에 정지하지 않고 직진해 반대 방향에서 이동하던 차량을 충격했다. A씨는 사고로 약 6개월간 병원 치료를 받았고, 건보공단은 A씨가 치료를 받은 병원에 2677만 2260원의 요양급여 비용을 지급했다.

이듬해 2월 건보공단은 A씨가 저지른 신호 위반 사고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교통사고처리법)을 위반해 보험급여 제한 대상에 해당한다며 요양급여 환수 처분을 내렸다. 교통사고처리법은 운전자와 피해자가 합의를 했거나 종합보험에 가입된 경우 형사처벌을 면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신호를 위반해 업무상과실치상죄를 범한 경우에는 피해자의 의사와 별개로 기소할 수 있도록 단서 조항을 뒀다. 건보공단은 해당 단서 조항을 근거로 신호 위반 교통사고는 급여 환수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국민건강보험법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중과실)로 인한 범죄나 사고에 대해서는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A씨가 신호를 위반해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은 맞지만 신호 위반을 곧바로 고의 또는 중과실로 판단할 수 없다고 봤다. 요양급여를 제한하기 위한 조건이 되는 ‘중대한 과실’에 대해서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상당한 강수로 A씨 시야가 가려져 불가피하게 신호를 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고등학생으로 낮에는 학교, 저녁 및 야간에 배달 업무를 하며 피로가 상당히 누적됐을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이어 “중대한 과실은 거의 고의에 가깝게 현저히 주의를 결어한 상태여야 한다.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로 신호를 위반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고의에 가깝도록 주의를 결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적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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