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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만원 들고가도 카트는 ‘텅텅’…“장보기가 무서워요” [물가가 너무해]
물가 상승세 여전…과일류 상승폭 커져
일각선 “설차례상 비용 34만원 웃돌 것”

할인제품에도 전통시장 찾는 이들 늘어
마트·백화점 ‘발길잡기’…정책 예의주시
10만원 예산으로 채운 쇼핑카트. 과일, 채소, 가공식품 등 11개 품목의 총 가격은 9만9840원이다. 전새날 기자

[헤럴드경제=전새날·안효정 기자] 11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형마트 신선코너. 마트 내부는 북적였지만, 대다수가 쉽사리 물건을 담지 못했다. 채소 판매대 앞에서 상태와 가격표를 꼼꼼하게 확인하며 머뭇거리는 소비자도 있었다. 마트 곳곳에 ‘특가’를 강조한 광고판이 무색했다. ‘30% 할인’ 딱지가 붙은 판매대 앞에 모인 이들은 서로의 장바구니를 살펴보기도 했다.

남편과 함께 마트를 찾은 정다원(33) 씨는 “상품을 몇 개 안 집었는데 10만원을 넘어 놀랄 때가 많다”며 “요즘엔 상태가 좋은 상품보다 저녁에 마트에 와서 ‘마감 세일’을 노리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기자가 직접 마트에서 장을 본 결과, 예산으로 생각했던 10만원은 금세 동났다. 과일, 채소, 가공식품 등 11개 품목의 가격은 9만9840원이었다. 바구니 대신 끌고 온 카트의 바닥을 채우지도 못했다.

설을 앞둔 유통가의 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설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31만259원이었다. 차례상 기준은 가족구성원 수 감소와 차례 문화 간소화 등으로 4인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물가 오름세가 커 장바구니 부담은 여전한 상태다.

[헤럴드DB]

특히 소비자가 구매하는 주요 식품의 평균 소매가는 모두 올랐다. 여름 폭염과 폭우, 여기에 이상기후가 나타나면서 작황이 부진한 탓이다. aT에 따르면 10일 기준 사과(10개)는 2만2295원으로 전년(1만5520원)보다 43.7% 올랐다. 배(10개)와 단감(10개)도 각각 26.9%, 73.3% 상승했다. 작년 평균 31만259원이었던 설 차례상 차림 비용도 올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전 품목의 가격 인상 여파로 올해 설 차례상 차림 비용이 34만원을 웃돌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과일값도 소비자와 상인 모두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서울 은평구에서 과일가게를 하는 최모 씨는 다른 가게보다 귤 판매가격을 적게 올려도 손님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최 씨 가게 앞에 놓인 귤 5㎏의 가격은 2만8000원이었다. 지난달보다 6000원 오른 값이다. 그는 “도매가 상승분을 반영해 정말 어쩔 수 없이 귤값을 올렸다”며 “더 올리고 싶어도 단골손님 발길까지 끊길까 조절했는데, 그 결정마저 후회스럽다”고 토로했다.

일부 채소류의 몸값도 천정부지다. 이날 마트에서 확인한 대파(1㎏) 가격은 전년보다 59.8% 오른 3825원이었다. 얼갈이배추(1㎏)는 3608원으로 22.8% 올랐다. 축산물도 마찬가지다. 닭고기(1㎏)는 5720원으로 2.5%, 계란(30구)과 흰 우유(1ℓ) 가격은 각각 7158원(8% ↑), 3047원(8.6% ↑) 상승했다.

이른바 ‘물가 쇼크’에 마트는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전략에 돌입했다. 특히 몸값이 치솟은 과일류 상품을 다양화하고,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크기가 작거나 외관상 흠이 있지만, 품질은 차이가 없는 ‘B급 과일’을 할인 판매하는 행사가 대표적이다. 실제 롯데마트는 ‘상생 과일’을 시세보다 최대 30% 저렴하게 판매 중이다. 상생 과일의 판매량은 작년보다 30% 늘었다. 홈플러스도 최대 30% 저렴한 ‘맛난이 농산물’을 내놨다.

주요 식품 평균 소매가격 추이 [헤럴드DB]

달라진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가성비 선물세트’도 눈길을 끈다. 한우 소고기세트 대신 돼지 선물세트를 출시하거나, 과일 중에서 가격 부담이 덜한 샤인머스캣을 세트에 넣는 방식이다. 이마트는 샤인머스캣 세트 중 수요가 높은 5만원대 이하 물량을 작년 설보다 50% 늘렸다. 샤인머스캣을 포함한 일부 혼합세트의 가격을 인하하기도 했다. 설 대목을 맞아 지갑을 닫은 소비자의 발길을 잡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도 늘었다. 지난해 기준 전통시장의 주요 설 성수품 가격이 대형유통업체보다 20.7% 저렴했다는 집계(aT)가 이를 뒷받침한다. 제로페이, 온누리 상품권 등 지갑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상인에게 즉석할인과 덤을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으로 젊은 세대도 시장을 찾는 추세다.

박상철 자양전통시장 전 상인회장은 “시장을 찾는 손님 중 30% 이상이 제로페이를 쓴다”며 “특히 젊은 손님들 사이에서 제로페이가 보편화돼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마트는 상품 포장과 정찰제가 장점이지만, 현장 할인과 덤이라는 시장만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내달 설을 앞두고 주요 성수품인 과일의 안정적인 공급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업계는 ‘2024 경제정책방향’을 통한 물가 안정 대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급등한 과일, 채소 가격에 역대 최대 수준의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등 소비자가 체감할 후속 조치가 이뤄질 수 있어서다. 앞서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설 명절 기간 사과, 배 계약 재배 물량을 평시보다 확대해 공급할 계획”이라며 “과일류를 포함한 설 성수품에 대해 정부 할인 지원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전새날 기자
newday@heraldcorp.com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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