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륨에 중독되기 전 주링.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중국 칭화대에서 29년 전 발생한 '독극물 중독 사건' 피해자인 여대생 주링이 사망했다.

칭화대는 지난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92학번 동문 주링이 전날 숨졌다고 밝혔다.

주링은 오랜 기간 병마와 싸웠으며, 그의 삶에는 항상 많은 동문과 학교의 관심이 있었다며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칭화대는 덧붙였다.

일명 '주링 사건'은 29년 전인 1994년 칭화대 화학과에 재학하던 주링이 독극물인 탈륨에 중독된 일이다.

주링은 어느 날 갑자기 탈모와 복통에 시달렸다. 몇달 뒤 혼수 상태에 빠졌다. 베이징 퉁런병원 의사들은 그녀가 탈륨에 노출된 것으로 진단했다.

탈륨에 중독된 주링은 양쪽 눈이 거의 실명됐고, 온몸은 마비됐다. 정신 상태도 6세 아이 수준으로 돌아갔다.

당시 주링의 룸메이트가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다. 주링의 룸메이트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녀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수차례 결백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당국은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후 룸메이트의 아버지가 유력 인사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주링 사건은 2013년 상하이 푸단대에서 한 대학원생이 동료를 독살하는 사건을 계기로 다시 조명 받았다.

사건 당시 주링의 가족과 지지자들은 누군가 주링의 미모와 음악적, 학문적 업적을 시기한 것으로 범행 동기를 추정했다. 2013년에는 미국 백악관 웹사이트에 관련 탄원이 올라왔다. 백악관은 이에 "어떤 젊은이도 주링처럼 고통받으면 안 되며, 우리는 그녀와 가까운 사람들의 비통함을 이해할 수 있다"며 "주링의 중독은 비극"이라고 했다.

중국 공안은 주링 사건이 접수됐을 때가 이미 사건 발생 6개월이 지난 후라 범인을 특정할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19년 만에 입장을 밝혔다.

주링은 그간 노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왔으며, 지난달 뇌종양 등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