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CEO 전진배치로 성장동력 발굴
투자센터 통폐합...장녀 최윤정 임원 승진
SK그룹이 7일 50대의 젊은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우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2016년 이후 7년 만에 이뤄지는 대대적인 세대교체다. 최태원 SK 회장이 ‘서든데스(돌연사)’를 경고하고 나선 가운데 확실한 변화를 통해 그룹 안팎을 둘러싼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SK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그룹의 2인자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SK㈜와 SK이노베이션, SK온 대표이사에 각각 장용호 SK실트론 사장, 박상규 SK엔무브 사장,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대표를 선임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인사안을 의결했다.
SK를 10년 가까이 이끌어온 조대식 SK수펙스 의장,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부회장단은 2선으로 물러나 부회장 직을 유지하면서 계열사별 사업 현안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조대식 의장은 SK㈜로, 장동현 부회장은 SK에코플랜트로 자리를 옮기고 김준 부회장과 박정호 부회장은 각각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에 머물며 자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번 인사는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응해 주력 사업의 위기를 타개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최태원 회장이 ‘서든데스’를 처음 경고한 2016년 중책을 맡아 위기를 해결한 이들이 새로운 위기 앞에서 젊은 리더들에 자리를 내주게 된 것이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달 CEO(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서든데스의 돌파구로 ‘젊은 리더십’을 주목했고, 이달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새로운 경영진, 젊은 경영자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때가 당연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최창원 신임 의장은 그룹 컨트롤타워의 수장으로서 SK의 지속적인 안정과 성장을 이끌게 된다. 최 신임 의장은 고(故) 최종건 SK 창업회장의 셋째 아들로 최태원 회장의 네 살 터울 사촌동생이다. SK디스커버리를 사실상 분할 경영해 왔으나 SK경영경제연구소 부회장을 겸임하며 그룹 싱크탱크를 이끄는 등 그룹에서도 역할을 해 왔다. 이로써 SK그룹의 ‘형제 경영’이 ‘사촌 경영’으로 이어지게 됐다. 최 부회장은 현재 맡고 있는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직도 계속 유지한다. 1964년생인 최 신임 의장은 재무 및 기획 전문가로 손꼽힌다. 1994년 선경그룹 경영기획실로 입사한 후 다수의 구조 조정과 사업재편 업무를 맡아 전문성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계열사는 ‘50대 사장 대표이사 체제’로 재편됐다. 새롭게 등판한 젊은 리더들이 SK가 직면한 대내외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용호 SK㈜ 신임 대표이사는 SK㈜에서 사업지원담당, PM2부문장 등을 거치며 그룹의 반도체 소재사업 진출 전략을 주도한 인물로 2015년에는 SK머티리얼즈 인수를 성공시킨 바 있다. 지난해부터는 수펙스 환경사업위원장도 맡고 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신임 대표이사는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으로 입사해 SK㈜ 투자회사관리실 기획팀장, SK네트웍스 총괄사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수펙스 인재육성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석희 SK온 신임 대표이사는 1990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에 연구원으로 입사했으며 이후 인텔에서 약 10년간 근무한 반도체 전문가다. 2018년부터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맡아 인텔 낸드사업부(현 솔리다임) 인수를 주도했으며 SK하이닉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지난해 말까지 솔리다임 의장을 맡아 미국 내 경영 활동에 전념했다.
특히 박상규 대표, 이석희 대표 등은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 분야의 반등이 가장 큰 숙제다. SK는 앞서 미래성장동력으로 BBC를 꼽고 오는 2026년까지 247조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태다.
SK온은 지난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분리된 후 2021년 6880억원, 2022년 1조726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3분기 누적 기준 56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 신임 대표로서는 SK온의 흑자전환이 가장 시급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오는 2025년 이후로 예상되는 SK온의 기업공개(IPO)에 대한 밑그림도 그려야 한다.
SK이노베이션도 상황이 좋지는 않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1조83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누적 영업이익 4조6822억원보다 60.8% 줄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7508억원으로 직전 분기(1조5631억원) 대비 51.9%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박정호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이 단독으로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게 됐다. 곽 사장은 지난 2019년 제조·기술 담당 부사장에 오른 지 2년 만인 2021년 12월 임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안전개발제조총괄 사장을 거쳐 지난해 3월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 8조763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들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들어 인공지능(AI) 개발과 신규 전자기기 수요 확대로 일부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만큼 내년 이후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중간지주사인 SKC 박원철 대표는 유임됐다.
이번 인사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도 신규 임원으로 승진해 사업 개발 관련 조직을 맡게 됐다.
최 팀장은 2017년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 전략팀에 선임 매니저(대리급)로 처음 입사했으며 2019년 휴직 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생명정보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2021년 7월 복직 이후 글로벌투자본부 전략투자팀을 맡아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신규 투자와 사업 개발 분야에서 업무 역량을 인정받았다.
SK는 이날 수펙스와 SK㈜ 등에 흩어져있는 투자센터를 통폐합하는 등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계열사의 방만한 투자와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해서다. SK는 수펙스 내 투자1·2팀을 SK㈜ 산하 첨단소재·그린·바이오·디지털 등 4개 투자센터 4개와 합쳐 SK㈜로 통폐합·축소한다. 최 회장은 CEO세미나에서 일부 계열사의 투자에 대해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희·정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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