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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년에 한번 뿐인데” “강제 집콕”…아찔한 ‘크리스마스 물가’
크리스마스 앞두고 외식·호텔·케이크 값 크게 올라
시민들 “밖에 나가기 두렵다” “호텔 뷔페 포기해”
크리스마스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27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내 도매상가에 다양한 트리와 장식품이 진열되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올해 크리스마스는 강제로 ‘나홀로 집에’ 찍게 생겼어요. 그날 나갔다 하면 돈이 줄줄 샐 것 같아서 ‘못’ 나갈 것 같아요.”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진모(32) 씨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가족들과 외식을 계획했다가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평소 가고 싶어서 저장해둔 레스토랑 5곳 모두 크리스마스 기간에 메뉴 가격을 3~5만원 이상 올렸기 때문이다. 이씨는 “가족끼리 크리스마스 분위기 한 번 내보려다가 큰 코 다칠 일 있겠느냐”며 “가족들도 가격 듣더니 외식은 나중으로 미루고 크리스마스는 각자 집에서 조용히 보내자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외식비와 호텔 뷔페·숙박비, 케이크 값 등이 치솟자 시민들 사이에선 ‘크리스마스에도 밖에 나가기가 두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2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크리스마스 등 연말에 수요가 많은 외식, 호텔, 케이크, 공연 등의 물가 상승률은 작년 10월보다 비교적 큰폭으로 올랐다. 피자(12.3%), 햄버거(6.8%) 등 외식 물가는 4.8% 올랐고 호텔 숙박료는 5.0% 인상됐다. 케이크와 빵은 각각 8.3%, 5.5%씩 크게 올랐으며 초콜릿(14.9%), 사탕(10.5%), 양주(5.1%) 등도 값이 뛰었다. 공연·예술 관람료는 6.3%의 상승률을 보였고 이외에도 노래방 이용료(6.9%), 미용료(5.6%), 뷰티 이용료(5.9%) 등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씨는 “크리스마스 기간마다 식당이나 호텔에서 부르는 게 값인 것 같다”며 “올해 내내 물가에 시달리며 살았는데, 결국 크리스마스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29) 씨도 최근 크리스마스 모임을 앞두고 물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박씨는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친한 친구들과 호텔 뷔페에 가곤 했지만 ‘올해는 포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씨가 가려던 호텔 뷔페 가격이 크리스마스 기간에 10만원대 후반으로 오른다는 소식을 접하고서다.

박씨는 “크리스마스 시즌 때면 호텔 뷔페 값이 오르는 걸 감안하고서라도 ‘크리스마스니까’ 친구들이랑 (뷔페를) 찾곤 했었는데 올해는 예상보다 너무 많이 올라서 무리일 것 같다”며 “크리스마스를 그냥 보내기엔 아쉬워서 이번엔 집에서 레스토랑 밀키트라도 사서 요리해 먹을까 생각 중이다”라고 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2명 둔 김모(43) 씨는 자녀와 같이 밖에 나가 뮤지컬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싶지만 ‘크리스마스 물가’가 무서워 ‘집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장난감이나 옷 가격도 올라서 사실 아이들 줄 크리스마스 선물 사는 것도 부담”이라며 “베이킹을 잘 안 하는 편이지만 이번엔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만들어볼 것”이라고 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현장 대응을 강화하는 등 정부는 ‘물가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외식 물가 상승률 때문에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봐서다. 9월엔 추석, 11월엔 김장 물가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가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고 압박을 가하자 일부 업체는 인상 계획을 밝혔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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