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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英엔 베컴, 韓엔 손흥민”...의회 영어연설 ‘30초 기립박수’
한국 대통령, 영국 의회서 첫 연설
‘전략적 관계’ 격상 강조·연대 표시
연설 곳곳 처칠·토인비 어록 인용
450명 의원들 박수·웃음 ‘화기애애’
한국전 참전 英용사 소개 감사 인사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런던의 의회인 웨스트민스터 궁 로열 갤러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

“영국이 비틀즈, 퀸, 해리 포터,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은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과 영국의 문화예술 매력을 하나씩 언급하자 영국 의원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베컴의 오른발에 한 번, 손흥민의 오른발에서 또 한 번 웃음꽃이 피었다.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최고 수준으로 격상되는 한영 관계를 강조하며 문화예술로 친근감과 연대감을 표시한 것이다.

찰스 3세 국왕의 초청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오후 웨스트민스터 궁 로열갤러리에서 열린 영국의회 연설에서 “한국과 영국이 긴밀히 연대해 세상의 많은 도전에 함께 응전해 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영국 의회에서 연설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윤 대통령이 외국 의회에서 외국어로 연설한 것은 지난 4월 미국 국빈 방문 당시 상하원 합동연설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연설은 약 17분간 영어로 진행됐으며, 연설 제목은 ‘도전을 기회로 바꿔줄 양국의 우정(A friendship to turn our challenges to pure opportunity)’이었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구절을 인용한 것으로, 윤 대통령은 “우리의 우정이 행복을 불러오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 바꿔주리라”는 해당 인용구로 연설을 마무리 짓기도 했다.

이날 로열갤러리에는 총 450여명의 영국 상하원 의원들이 자리를 가득 메워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들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입장하자 기립박수로 맞았으며, 윤 대통령이 연설을 위해 연단에 설 때도 박수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번 국빈방문 계기에 체결하는 ‘한영 어코드’를 기반으로 이제 양국은 진정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난다”며 “양국의 협력 지평은 디지털·인공지능(AI), 사이버 안보, 원전, 방산, 바이오, 우주, 반도체, 해상풍력, 청정에너지, 해양 분야 등으로 크게 확장돼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양국이 창조적 동반자로서 인류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기여할 때”라며 “우리는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을 증진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 곳곳에서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감’이라는 윈스턴 처칠 수상의 어록과 ‘문명은 도전과 응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고 발전한다’는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어록을 인용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역동적인 창조의 역사를 써 내려온 한국과 영국이 긴밀히 연대해, 세상의 많은 도전에 함께 응전해 나가야 한다”며 “한국은 영국과 함께 인도 태평양 지역의 정치적 안보와 경제안보를 튼튼히 하는 데 함께 힘을 모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영관계의 과거를 소개하며 한국전쟁 참전 용사를 직접 호명하고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날 연설에는 6.25 전쟁 참전 용사인 콜린 태커리 옹이 자리했다. 윤 대통령이 태커리 옹을 언급하며 2019년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 최고령 우승자라고 소개하자 좌중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윤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의원들은 전원 자리에서 일어나 약 30초간 박수를 보냈다. 연설 중간에도 한 차례 박수가 나와 시작과 끝을 포함해 총 3번의 박수를 받았다.

존 맥폴 상원의장이 윤 대통령에게 감사를 전하며 지난 4월 국빈 방미 당시 불렀던 ‘아메리칸 파이’를 언급하자 의원들 사이에서는 또다시 폭소가 터졌다. 맥폴 상원의장은 “오늘은 노래를 못 들어서 아쉽다”고 했고, 윤 대통령도 미소로 화답했다. 런던=정윤희 기자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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