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일(현지시간)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런던)=정윤희 기자] 한국과 영국 사이 관계가 기존의 ‘포괄적·창조적 동반적 관계(Broad and Creative Partnership)’에서 최고 수준 관계인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Global Strategic Partnership)’로 격상된다.

영국을 국빈 방문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 기간 중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양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한영 간 미래 협력 방향을 담은 ‘다우닝가(街) 합의(Downing Street Accord, DSA)’를 채택할 예정이라고 대통령실이 20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양 정상은 오는 22일 영국 총리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에서 한영 정상회담을 갖는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런던 현지에서 브리핑을 통해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킨 DSA, 일명 ‘다우닝가 합의’는 양국이 체결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협력 문서”라며 “안보, 국방뿐 아니라 과학기술, 공급망 확보, 에너지연대 등 경제 분야까지 협력의 지평을 포괄적으로 넒힌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다우닝가 합의’를 통해 한영 관계가 ‘최고 수준 관계(top rank relationship)’가 된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영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일(현지시간)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

‘다우닝가 합의’는 구체적으로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양국의 공동 입장을 강조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사태, 인도·태평양, 중동지역 정세 등 글로벌 현안 대응에 대한 공동 의지를 담는다. 또, 양국은 국제사회에서 규칙기반 질서를 강화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주요 20개국(G20) 및 주요 7개국(G7) 등 다자 무대에서의 공조에도 합의할 예정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사이버 위협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방위력 협력 파트너십 의향서 및 방산 공동수출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방산협력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합동 훈련 확대와 함께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을 위한 해양 공동순찰을 추진하는 등 국방·안보 분야 협력도 증진시킨다.

기존 한영 자유무역협정(FTA)를 개선하기 위한 협상도 개시한다.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탈퇴) 이후 독자적 국제관계를 다져야 하는 영국 입장에서는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원전, 방산 등 첨단산업 전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가 주요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다. 양국은 강력한 공급망 구축을 위한 반도체 협력 MOU도 체결할 예정이다.

김 수석은 “그간 한국과 영국 관계는 협력의 잠재력이 큼에도 현실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며 “이번 순방을 계기로 이뤄지는 한영 FTA 개선 협상 개시는 한국과 영국에 자유로운 교역과 투자환경을 조성해 양국 기업들에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일(현지시간)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

양국 정상은 또, 거시 경제 이슈 및 상호 투자촉진 논의를 위한 경제 금융 협력방안과 함께 인공지능(AI), 디지털, 원전, 우주과학, 바이오, 양자 기술, 해상풍력, 청정에너지 등 미래 산업 분야의 경제협력을 논의하면서, 기후위기를 포함한 글로벌 현안에 대한 공동 대응 의지를 천명할 예정이다.

김 수석은 “세계 1위의 반도체 설계기업(ARM), 세계적인 기초과학 역량을 보유한 영국과 맺게 될 첨단기술협력은 양국 번영의 토대임과 동시에 대한민국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운동장을 넓히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이번 국빈 방문에서 영국과 굳건한 과학기술연대를 기반으로 공급망, 그리고 무역협력 기반을 공고히 다지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