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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 전략경쟁으로 동맹국 부담 증가…관리 못하면 치명적 결과”
김성한 “한미일, 역내 소다자 협의체와 안보협력 연계해야”
서울외교포럼 2030
김성한 전 국가안보시장이 17일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서울외교포럼 2023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국립외교원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미중 간 전략경쟁으로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고 있고, 이를 관리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아울러 중국의 입장 변화로 북핵문제 해결이 어려워졌고, 한반도 통일 문제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 과제로 꼽혔다.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17일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서울외교포럼 2023’ 기조연설에서 한미동맹 70주년의 과제로 세 가지를 언급했다.

한미동맹 70년간 냉전종식·911테러·미중 전략경쟁 전환점 맞아
17일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서울외교포럼 2023 개회식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철희 국립외교원장(가운데),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오른쪽),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왼쪽). [국립외교원 제공]

김 교수는 ‘고희(古稀)’를 맞은 한미동맹 발자취에서 냉전종식과 911테러, 미중 전략경쟁 등 3가지 전환점을 짚었다.

김 교수는 “냉전시대에는 소련의 전략적 이득을 막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했기 때문에 미국의 동맹국들은 (외부세력이) 위협을 가하면 미국이 도와줄 것으로 확신했다”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전쟁이 발발하면 함께 피를 흘릴 준비가 돼 있었다”고 밝혔다.

‘혈맹’을 통한 미국의 동맹은 냉전 종식과 함께 새로운 환경을 맞이했다. 김 교수는 “북한과 미국의 외교 역학관계가 변하면서 한미 관계, 남북 관계에 영향을 받았다”며 “이러한 변화에 따라 한미동맹의 근거를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2001년 발생한 911 테러는 미국이 추구한 세계 전략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미국이 동맹국을 보호해야 하는 입장에서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동맹국의 도움이 필요해진 것이다.

김 교수는 “대테러 전쟁이 점차 포괄적 대테러 전략의 형태를 띠면서 한미동맹 역시 포괄적 동맹으로 진화했다”며 “한미동맹이 포괄적 전략 동맹을 지향할 수밖에 없게 됐고,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 한국의 외교.경제적 역할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말했다.

이후 2011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 전략으로 미중 전략적 경쟁 시대는 한미동맹의 또 한차례 전환점을 맞이했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뒤이어 무역전쟁을 선언했고, 이후 바이든 행정부도 이러한 대(對)중국 정책을 이어받아 첨단기술 이전을 차단하기 위한 경쟁을 펴고 있다.

김 교수는 “미중 전략경쟁은 최대 205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4차산업혁명의 핵심에서 최소한 한 세대가 지나야 승패자가 명확하게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미동맹은 군사적 안보 동맹을 넘어 경제기술 협력으로 확대하는 문제가 대두됐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포괄적 전략 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격상했다”고 설명했다.

미중 전략경쟁에 따른 한미동맹의 도전과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회담을 마친 뒤 나란히 걷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각자의 현직 취임 이후 두 번째 대면 회담을 했다. [연합]

미중 전략경쟁으로 중국의 스탠스가 변화하면서 북핵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졌다. 과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지지했던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안보리 결의에 거부로 의장성명조차 채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한미는 이런 상황에서 중국을 설득해 북한 핵문제를 미중 전략 경쟁에서 분리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한미는 뜻을 같이하는 다른 국가들과 함께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 북한을 압박할 정교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되는 암호화폐 해킹을 차단하기 위해 불법 사이버 활동 차단 노력,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 등을 통한 압박이다.

김 교수는 “비핵화와 인권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비핵화와 인권은 한미일을 포함해 국제사회와 함께 추구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두 번째는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관리 문제다. 김 교수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중국과 긴밀하고 광범위한 경제협력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는 이유는 미국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리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미국이 미국 우선주의 ‘아메리카 퍼스트’만 외치고 자유주의 국제질서 원칙을 스스로 깨뜨리면 문제는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중국을 포함해 어떠한 나라도 아직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대체할 새로운 질서를 제시하지 못했지만, 신(新)고립주의자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의 리더십은 심각하게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미국의 동맹국이 크게 흔들릴 것이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미국은 미국에서 중국으로의 ‘동맹전이(轉移)’를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이 실시되기까지 남은 1년이 한미동맹에서 중요한 전략적 시기인 이유다.

아울러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된다면 한반도 통일에 유리하지 않다는 점도 과제다. 김 교수는 “한국은 미중이 한반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경쟁에 집착할수록 득보다 실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에 연합작전을 수행하려 하면, 중국은 북한에 자국 군대를 파견할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 중국이 이런 조치를 취할지는 미국과의 관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협력 가능성이 낮아진 점을 고려했을 때, 한반도 통일을 위한 최적의 환경은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우월적인 지위를 유지하는 상황”이라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에서 중국으로 ‘권력전이(轉移)’가 이뤄지거나 유력해지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미일, 인태지역 내 중추역할…소다자 협의체와 안보협력 연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회동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김 교수는 한미일이 인태지역 내 평화와 번영을 촉진하기 위해 중추적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역내 소다자 대화체인 쿼드(Quad·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안보협의체), 오커스오(AUKUS·호주, 영국, 미국 3자 안보파트너십), 파이브아이스(Five Eyes·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5개국 기밀정보 동맹체)와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중일 협력까지 가능하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미국과 중국이 포함된 대화체를 통해 미중 전략경쟁을 대립이 아니라 안정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궁극적으로 한미, 한일, 미일, 미중 등 양자 협력의 유기적인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며 “소규모 다자회의체인 한미일, 한일중, 쿼드 등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EAS(동아시아정상회의) 등 다자협력 등 모든 대화체간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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