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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5년 역사 ‘최고 중의 최고’가 온다
지휘자 파비오 루이지·단원 이재원 인터뷰
‘세계 1위 오케스트라’ RCO 11일 내한공연
베버 오베론 서곡·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연주 잊을 정도로 단원 모두가 잘한다”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롯데문화재단 제공]

2008년 영국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 선정 세계 1위 오케스트라. 2006년 프랑스 음악 전문지 르 몽드 드 라 무지크 선정 ‘유럽 10대 악단’ 1위.

빌렘 케스부터 리카르도 샤이, 마리스 얀손스, 다니엘레 가티까지 총 7명. 거장 지휘자들이 악단을 이끌었고 2027년부턴 ‘클래식계의 아이돌’ 클라우스 메켈레를 수석 지휘자로 맞는 오케스트라다. 135년 역사를 가진 네덜란드의 ‘국보급 악단’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를 향한 ‘찬사’는 많지만,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은 이 악단이 왜 ‘최고’냐고 묻는 질문에 단 한 줄로 답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에요!(Because they just are!)”

의심할 여지 없이, 구차한 설명 없이도 ‘최고’로 꼽힌다. 그들이 온다. RCO 역시 11월 대한민국 ‘오케스트라 대전’에 합류했다.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과 함께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를 선정할 때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는 만큼 이번에도 두 악단과 ‘티켓 경쟁’에 한창이다.

5년째 수석 지휘자 자리가 공석인 RCO를 이끌고 온 주인공은 파비오 루이지. 그는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세계적인 악단을 지휘하는 것은 지휘자에게 도전인 동시에 큰 특권”이라며 “영광스럽지만 책임감 또한 매우 크다”고 말했다. 파비오 루이지는 댈러스 심포니, 덴마크 국립 교향악단, 도쿄 NHK 오케스트라를 이끈 거장이다.

▶세계 최고 RCO...“연주 잊을 정도로 너무 잘하는 단원들”=RCO가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이유는 많다. 그 중 이 세가지는 독보적이다. 뛰어난 음악성을 갖춘 단원들, 세계적인 지휘자와의 협업, 이를 통해 만들어진 음색이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 협연을 맡은 예핌 브론프만은 “RCO는 오케스트라 고유의 사운드와 음악을 대하는 단원들의 태도와 방식이 매우 독특하다”고 말했다. 특히 RCO의 음색은 ‘벨벳의 현’, ‘황금의 관’이라는 수사가 따라 다닌다. 파비오 루이지는 “전통에 대한 존중이 오케스트라가 가진 아름다운 사운드를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 RCO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프란츠 슈미트의 4번 교향곡을 지휘하며 RCO와의 만남이 시작됐어요. 오케스트라는 이 곡을 처음 연주하는 거였죠. RCO는 아름다운 사운드와 우아한 프레이징, 정확한 테크닉을 두루 갖춘 세계 톱 클래스의 오케스트라예요. 이들이 음악을 대할 때 보이는 기쁨과 즐거움은 다른 오케스트라에선 보지 못한 모습입니다.” (파비오 루이지)

25개국에서 모인 120여명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RCO는 압도적 규모에도 “서로 귀 기울여 듣고 협력하는 감수성으로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같은 기능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RCO 최초이자 유일한 ‘한국인 단원’인 이재원 제2바이올린 부수석은 “135년 동안 수많은 예술가와 역사를 거치며 전통과 시대의 변화, 변하지 않는 공간(콘세르트헤바우 홀)과 변하는 음악가들과 관중, 이 모든 것들의 조화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이 우리 오케스트라의 중요한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RCO가 단원을 선발하는 과정은 엄격하다. 서류심사 이후 3일에 걸쳐 오디션을 진행한다. “오케스트라도 하나의 사회이기에 모든 구성원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단원을 뽑는다”는 것이 이재원의 설명이다.

8년째 악단에 몸 담고 있는 그는 “함께 있다 보면, 확실히 단원들 모두 너무 잘한다”며 “가끔씩 무대 위에서 솔로를 감상하다가 연주하는 것을 잊어버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고의 악단에서 함께 하는 지금은 이재원에게 “영감과 재미를 주는 시간”이자, “발전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단원들은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보다는 연주 자체에 대한 가치에 더 큰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아요. 연주마다 최선의 연주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보람을 가지죠. 단원들 모두 함께 무대 위에서 같은 감정과 에너지로 감동을 드리는 것에 만족감을 느낍니다. 함께 한다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이재원)

▶“음악에 진실한 지휘자”의 ‘긍정적 혼’을 담은 악단=RCO의 이번 한국 공연(11일 롯데콘서트홀)은 빈필(7~8일)을 시작으로 베를린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뮌헨필로 이어지는 ‘오케스트라 대전’에서 치르는 자존심 경쟁이다. 그는 “베를린필, 빈필, RCO 등 세 특별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관객들에게 큰 행운”이라고 했다.

내한에선 베버 오베론 서곡과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 2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들려준다. 한국에서 연주할 곡에 대한 마에스트로의 해석과 관점을 묻는 질문에 파비오 루이지는 “포디움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말하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말할 수 없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나도 모르기 때문이죠. 아마도 공연을 통해 저의 음악적 아이디어와 해석을 보며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이재원이 생각하는 파비오 루이지는 “음악에 진실한 지휘자”다. 그는 “악보 해석과 디테일들에 관해선 굉장히 꼼꼼하고 무엇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오케스트라를 압박하지 않고 자유롭게 놓아줘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심포닉 음악들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최상급 품격에 대해 고민해왔어요. RCO는 전통에 대한 의식이 있고, 음악을 만들어갈 때 기쁘고 긍정적인 혼을 담는 매우 특별한 오케스트라예요. 한국의 관객들이 이러한 면모의 진가를 알아봐 주시리라 확신합니다.” (파비오 루이지)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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