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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는 울긋불긋 단풍이 아니네”
온난화로 여름 길어지고 가을 짧아
지난달 29일 대구 동구 팔공산 모습. 단풍 절정기임에도 나뭇잎들이 선명한 색깔을 내지 않고 있다. 온난화 여파로 서늘한 가을이 늦게 오면서 단풍이 잘 들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합]

“이러다 ‘옛날엔 가을마다 단풍 구경이란 걸 했었지’라고 말하는 시절이 오는 건 아닌가 몰라요.”

서울에 사는 임모(43) 씨는 지난 주말 단풍 구경을 하러 친구들과 북한산에 올랐지만 실망감만 안고 하산했다. 북한산에 색감이 옅은 단풍이 많았기 때문이다. 임씨는 “올해는 (단풍의) 울긋불긋함이 덜한 것 같다”며 “원래 가을 등산의 묘미는 단풍이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아쉬움이 컸다”고 했다.

11월 들어 서울이 일 최저기온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단풍 풍경 역시 예년 같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2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 종로구 기준 오전 4시 기온은 18.9도로, 1907년 이후 116년 만에 역대 가장 더운 11월 아침을 기록했다.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는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지만 나뭇잎의 색감이 선명하지 않아 단풍 구경을 다녀온 시민들 사이에선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무더운 여름이 지속되자 단풍이 제대로 들지 못하고 나뭇잎의 색깔이 탁해진 것이다.

단풍이 잘 들기 위해선 서늘한 기온이 필수다. 나무는 기온이 낮아져야 잎을 알록달록하게 물들이는 보조색소를 활발하게 생성하기 때문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나무는 온도가 5℃ 이하로 떨어졌을 때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서 광합성 기능을 저하시킨다. 이때 잎이 초록색을 띠게 하는 엽록소 농도가 줄고 붉은 색을 내는 안토시아닌 색소 등이 나온다”며 “서늘한 가을이 늦게 올수록 나무가 엽록소 생산을 멈추고 보조색소를 만들어내는 시기도 늦어져 잎에 단풍이 잘 들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구 온난화로 국내 여름은 길어지고 가을은 짧아졌다. 최근 30년(1991~2020년) 동안 국내 여름은 과거 30년(1912~1940년)에 비해 20일 늘고 가을은 4일 줄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유명산의 단풍 시기도 평년보다 늦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먼저 단풍이 드는 설악산의 경우 단풍 시작일은 9월 30일로 평년(9월 28일)보다 이틀 늦다. 속리산은 올해 단풍 시작일이 10월 19일로 평년(10월 14일)보다 닷새 늦었고, 주왕산과 월악산은 각각 10월 18일, 10월 19일로 평년(주왕산 10월 16일·월악산 10월 12일)과 비교해 이틀, 이레 늦었다.

절정일을 봐도 설악산의 경우 10월 23일 단풍이 절정에 달해 평년(10월 17일)보다 6일 늦었다.

안효정·박혜원 기자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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