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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가맹 필수품목, 본부·점주 손잡아야 할 때

1967년 미국 프랜차이즈시장에서 이례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KFC나 맥도널드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할 무렵, 당시 가장 유명한 치킨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다. 해당 본사는 로열티(royalty) 없는 사업이라 홍보하면서 많은 품목을 필수품목이란 명목으로 비싸게 가맹점주들에게 강매했다. 1971년 미국 대법원은 소송에 참여한 점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해당 가맹본부는 수천 달러씩 가맹점주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했고 결국 막대한 보상금과 시장에서의 나쁜 평판으로 KFC와 맥도널드에 업계 선두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최근 우리나라도 커피, 치킨, 피자, 제빵 등 우리 가맹사업을 대표하는 시장에서 ‘필수품목’ 논쟁이 뜨겁다. 필수품목이란 소위 제품의 동질성, 균질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가맹본부 또는 가맹본부가 지정한 업체로부터 구입해야 하는 품목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 범위와 가격을 놓고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가맹본부는 판매하는 상품의 품질 유지와 신제품 출시를 위해 가급적 많이 지정하려고 하고 가맹점주는 필수품목이 과도하며 그 가격도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위의 미국 치킨 프랜차이즈 사례와 유사한 모습이다.

이에 공정위는 최근 필수품목 거래와 관련해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공정한 거래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필수품목 항목과 필수품목의 가격 산정 방식을 계약에 포함하도록 했다. 또 가맹본부가 필수품목으로 지정한 품목에 대해서는 해당 품목이 어떠한 가격 산정 방식으로 공급할 것인지 미리 계약에 담도록 해 향후 가격 변경으로 인한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여기서 가격 산정 방식이라 함은 물가상승률만큼 가격을 변동시키는 방식도 가능하고, 가맹본부의 마진율을 일정하게 고정하는 방식도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가맹본부는 자율적으로 가격 산정 방식을 정할 수 있고, 다만 계약할 때 가맹희망자가 본인이 공급받는 필수품목의 가격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알고 계약하도록 하려는 취지이다.

아울러, 필수품목에 관한 거래 방식을 가맹점주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에는 가맹점주들과 성실하게 협의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다.

최근 공정위가 필수품목 정책을 발표하면서 가맹본부의 신제품 출시가 까다로워진다는 등 가맹본부의 부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신제품 출시 등을 이유로 필수품목이 변경되면 계약서 별지에 기재된 필수품목을 계약서에 규정한 거래조건 변경 협의 절차에 따라 점주와 협의하고 변경된 필수품목을 고지하면 된다. 정책파트너로서의 점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필수적인 과정이라 생각하는 것이 옳다. 나아가, 신제품 출시를 비롯한 가맹브랜드의 경쟁력은 결국 가맹점주들의 능동적 참여를 통한 능력이 발현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달성할 수 없는 것이다.

공정위의 개선방안은 필수품목 거래관행에 관해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소통의 창구를 열어준 것이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공정위는 개선방안의 시장 안착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할 것이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우리 가맹브랜드가 해외로 진출할 만큼 성장하고 우리의 서비스산업 경쟁력도 강화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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