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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난감에 눈 찔려서’ ‘체조하다 땅에 머리 부딪혀서’…학교안전공제회는 소송 중
5년 간 학교안전공제회 대상 소송 약 400건
장해급여 인정 어려워 소송까지
이의제기 해도 기각 되는 경우 대다수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1. 사고 당시 만 3살이었던 A양은 유치원에서 동급생과 부딪혀 눈을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동급생이 들고 있던 플라스틱 재질의 장난감의 뾰족한 부분이 부딪히는 과정에서 오른쪽 눈 부위를 찌르면서다. A양은 망막 출혈 등으로 외상으로 인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 A양의 부모는 지역내 학교안전공제회에 장해급여 지급을 청구했지만, 청구기간이 지나 반려 통보를 받았다. 이후 A양의 부모는 학교안전공제회를 대상으로 장해급여를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양의 부모가 장해를 인정한 시점부터 학교안전공제회에 청구를 요청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신청 소멸기간인 3년 이내 장해급여를 청구한 것으로 인정돼 학교안전공제회는 장해급여로 약 6200만원 가량을 지급하게 됐다.

#2. 사고 당시 만 16살이었던 B양은 체조부 선수로 훈련을 하다 공중에서 턴을 완전히 마치지 못한 채 떨어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이 충격으로 경추 4,5번 골절, 척수손상, 완전 사지마비의 상해를 입었다. 지역 내 학교안전공제회는 요양급여 1170만원 가량, 장해급여 4억6400만원 가량을 지급했다. 하지만 B양의 부모는 추가적인 장해급여 및 위자료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학교안전공제회는 “원고의 과실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지 고등학교 교장과 체조부 지도자에게 귀책사유가 없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B양에게 2억8800만원 상당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학교안전공제회를 대상으로 한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학교안전공제회의 공제급여 청구 여부 결정에 불복하거나, 급여를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공제급여 결정에 불복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제도가 있지만, 기각되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17개 시‧도 학교안전공제회를 대상으로 한 소송 건수는 393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해급여 소송이 324건으로 제일 많았고, 요양급여 소송이 58건, 사망급여 소송이 11건이다. 다만 소송건수는 2018년 91건, 2019년 92건, 2020년 77건, 2021년 75건, 2022년 58건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학교안전공제회 “배상액 부담돼 장해 급여 인정 어렵다”

장해 급여 지급 소송이 전체의 80%이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장해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장해급여는 치료비를 받은 이후에도 장해가 남았을 때 청구할 수 있는데, 국가배상법을 따르고 있는 현행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영구적 장애만을 장해로 인정하고 있다. 학교안전공제회는 피해를 입은 학생이 만 65세가 될 때까지 급여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배상액이 커질 수 밖에 없어 법정 다툼으로 번지게 되는 것이다.

학교안전공제회 소송을 주로 담당하는 법무법인 파트원 김민현(38) 변호사는 “기존 손해배상 사건에서 장해가 인정되는 방식은 (노동능력 상실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맥브라드식 장해평가표를 사용하기 때문에 3~5년 정도의 후유 장해도 인정이 되지만, 학교안전사고의 경우 학교안전법 및 국가배상법을 따르기 때문에 한시장해가 아닌 영구장해가 인정돼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구장해가 인정되어야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교안전공제회가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 커지고, 학교안전공제회측은 이것이 부담되기 때문에 소송까지 가는 것”이라고 했다.

학교안전공제회는 형평성을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C지역 학교안전공제회 관계자는 “사고를 당하는 학생이 어리기 때문에 장해급여가 인정된다면 만 65세가 될 때까지 보장을 해줘야 한다. 억 단위로 장해급여가 책정되는 것”이라며 “한 두푼 되는 금액도 아니기 때문에 일반 보험사보다도 심사자체를 깐깐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명에게 과도한 금액을 지출하면 나머지 대다수의 학생이 지급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형평성 부분에 있어 세심하게 심사를 하기 때문에 불만이 생긴다고 본다”고 했다.

이의제기 할 수 있는 심사청구·재심사청구 제도 있지만 ‘유명무실’

학교안전공제회의 공제급여 결정에 불복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심사청구‧재심사청구 제도가 있지만, 심사청구도 10건 중 6건이 기각되는 등 기각 비율이 높다. 2018년 심사청구 174건 중 96건(55.17%), 2019년 117건 중 79건(67.52%), 2020년 128건 중 90건(70.31%), 2021년 101건 중 77건(76.24%), 2022년 122건 중 81건(66.39%)이 기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사청구 결과에 불복할 경우 재심사 청구까지도 가능하지만, 재심사 청구에서 기각되는 비율은 훨씬 높다. 재심사 청구는 10건 중 8건이 기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27건 중 23건(85.19%), 2019년 19건 중 14건(73.68%), 2020년 25건 중 22건(88%), 2021년 19건 중 18건(94.74%), 2022년 29건 중 23건(79.31%)가 기각됐다.

전문가들은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맞춰 법 체계 또한 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안전공제회의 예산을 고려했을 때 모든 장해급여를 인정해주기는 쉽지 않지만, 교육활동이라는 독특성이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현재 법 체계에서 인정되지 않는 한시적 장해 부분은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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