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3일(현지시간) 리야드의 네옴 전시관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초대형 스마트신도시 ‘네옴시티’ 수주전에 팔을 걷고 나섰다. 기존의 기초·산업 중심의 건설 협력을 넘어 디지털화된 ‘스마트 인프라’ 협력으로 본격적인 ‘제2의 중동붐’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다.

이번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네옴시티’ 등 사우디 메가 프로젝트 참여를 본격화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추진 중인 250억달러(약 33조8250억원) 규모의 6개 사업 수주 외에도 추가적인 수주 가능성도 점쳐진다.

윤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리야드 네옴 전시관에서 열린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서 “사우디는 새로운 국가 비전의 일환으로 ‘네옴시티’와 같은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여기에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첨단 도시건설 역량을 결합한다면 양국이 함께 미래 도시의 새로운 모델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저녁 열린 동행 경제인 만찬에서도 ‘네옴시티’에 대해 “그야말로 현대의 ‘만리장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우리 기업들의 대대적인 참여가 필요하고,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독려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에 첨단 미래도시를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사우디의 실권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다.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 프로젝트로, 전체 사업규모만 총 5000억달러(약 676조2500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네옴시티’의 터널·건축 구조물과 항만 등 총 250억달러 규모의 6개 사업 수주를 추진 중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지난해 ‘네옴 더 라인(The Line)’ 지하터널 첫 번째 구간을 공동 수주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리야드 현지 브리핑에서 “네옴시티와 같은 첨단도시 프로젝트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디지털 기술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좋은 테스트 베드이자 시장”이라며 “네옴은 170km의 선형 수직도시를 건설하는 ‘더 라인’ 프로젝트 공사가 2022년 착수하는 등 본격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도 해안지역과 네옴 공항을 연결하는 약 30km의 터널 공사에 참여 중”이라며 “네옴시티의 터널, 건축 구조물, 항만 등 총 250억달러 규모, 6개 사업의 수주를 추진 중으로 내년까지 추가적인 성과들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네옴시티’ 건설에 필요한 스마트 건설기술 분야에서도 사우디와의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우디와의 건설협력이 전통적인 건설·인프라 분야를 넘어 ‘스마트 인프라’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향후 ‘네옴시티’를 넘어 또다른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 참여할 수 있는 길도 연다는 계획이다.

최 수석은 우리 기업의 ‘네옴시티’ 수주를 사우디와의 건설 협력 ‘세번째 모멘텀’으로 규정하고, “2016년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한 ‘비전 2030’ 추진에 따라 사우디의 인프라 건설수요도 그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며 “한-사우디 건설협력은 산업 인프라 협력의 기반 위에 스마트 인프라 협력을 확대해야 하는 시점에 50주년을 맞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 수석은 또, “삼성물산과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모듈러 건축, 건설자동화 등 스마트 건설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데 합의했다”며 “내년 말부터 모듈러 구조물을 생산하는 공장을 신축하여 ‘네옴시티’ 건설에 우선 적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향후 사우디 전 지역에 주택 100만 호를 건설하는 총 420억 달러(약 56조5000억원) 규모의 ‘로쉰(Roshn) 프로젝트’ 수주에도 참여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22일 한-사우디 투자포럼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 회장 역시 “사우디가 삼성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휴대전화 사업 뿐 아니라 사우디 최초의 메트로 건설사업, 네옴 프로젝트도 같이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협력할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사우디 비전 2030 실현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리야드=최은지 기자, 정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