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무형자산 회계처리 대상”
기부금 모집·수령·관리 절차 정비
18일 국내 주요 대학교들이 코인(가상자산)을 기부받고도 부실하게 관리한 실태가 드러나자 교육부가 가상자산 회계 지침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국회에 보고했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 지침’을 확정하는 대로 조속히 학교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현장 혼란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전경. [헤럴드DB] |
국내 주요 대학교들이 코인(가상자산)을 기부받고도 부실하게 관리한 실태가 드러나자 교육부가 가상자산 회계 지침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학들이 수십억원 규모의 코인을 기부를 받았지만 사실상 방치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회계기록상의 불분명성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장부에서 명확한 추적·관리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교육부는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 지침’을 확정하는 대로 조속히 학교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현장 혼란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18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교육위원회 강민정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교육부 제출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대학이 현금 이외의 자산(주식 등)을 기부받은 경우 기부시점의 공정가치로 평가해 회계처리할 수 있다”며 “현재 대학이 가상화폐를 기부받을 때 회계처리방법을 규정한 지침 등은 없으나 국내에서 채택 중인 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보유한 코인은 무형자산으로 회계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 회계처리 기준이 공백인 상태에서 학교들이 혼란을 빚자 현행 흐름상 코인 기부금은 재무제표상 무형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교육부는 가상자산 내용을 담은 ‘사립대학 회계처리 지침’도 정비하겠다고 했다. 코인이 회계장부에 빠지면 기금 모니터링에서도 벗어나 현금화도 못하고 날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교육부는 “사립대학의 회계처리 관련 혼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향후 국제회계기준의 정립 추이를 반영해 사립대학 가상화폐 회계처리 방식을 명확히 하겠다”며 “금융당국이 올해 10~11월 중에 확정 짓는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 지침’을 토대로 대학에 안내할 것”이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교육부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데는 지난해 게임회사 위메이드가 국내 대학 4곳(서울대·고려대·서강대·동서대)에 자체 발행한 ‘위믹스’ 코인을 학교당 10억원씩 기부한 사례가 계기가 됐다. 일반적으로 해외 대학이나 기부단체에선 코인의 극심한 가격 변동성과 지갑 보관 보안 문제로 기부받는 즉시 ‘현금화’한다. 기부받은 시점에서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문제는 학교들이 1년 동안 팔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기부 협약을 하면서 발생했다. 코인을 팔아서 확보한 현금을 장부에 반영하기까지 시차가 발생한 것이다. 통상 기관이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의도와 능력이 있다면 해당 자산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해 정기적으로 가치를 재평가하고 추적관리한다. 하지만 가상자산은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장부에 다 빠져버리면서 학교 기금재단의 기부금 관리도 허술하게 됐다는 정치권과 교육부의 판단이다.
모니터링도 전무했다. 실제로 올 들어 1월부터 9월 고려대에서 서울대까지 차례로 보호예수(록업)기간이 끝났는데도 시세를 모니터링하거나 현금화 계획을 세운 대학가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심지어 학교 담당자 인사이동으로 인수·인계가 부실하게 이뤄지면서 코인을 보관한 지갑의 존재를 모르거나 행방을 뒤늦게 찾는 경우도 발생했다. 또 기부금을 현금화해 사용할 대학원에서 코인 기부금의 운용·관리를 맡기면서 도난·유용·분실 우려도 제기됐다.
강민정 의원은 이날 “대학들이 장학금을 가상자산으로 기부받고도 아무런 관리를 하지 않으면 특정 기업의 가상자산을 사실상 무상으로 광고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며 “전례가 없던 형태로 기부금을 받으면서 대학 내부에서 제대로 된 검토도 없었던 만큼 교육부는 대학들의 기부금 모집, 수령 및 관리 절차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혜림·박지영·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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