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P 앞세워 세계 시장 진출 본격화
한국 3사 영향력은 소폭 축소돼
LFP 생산·미드니켈 등으로 맞대응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주 공장에서 배터리가 생산 중이다. [얼티엄셀즈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안방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비(非) 중국 시장에서 23.3%에 그쳤던 중국 배터리 ‘톱2(CATL, BYD)’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 30%에 육박했다. 반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의 점유율은 소폭 하락했다.
15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비중국 글로벌 전기차용(EV, PHEV, HEV) 배터리 사용량은 197.6GWh로 전년 동기 대비 58.9% 성장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CATL은 111.1%(54.7GWh)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점유율을 20.8%에서 27.7%까지 확대했다. CATL은 테슬라 모델3, 모델Y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EQS, 볼보 XC40 리차지 등의 판매 호조로 비중국 시장에서 큰 폭으로 성장했다.
BYD는 3.3GWh로 용량은 크지 않았지만, 전년 대비 472.7%의 압도적인 성장률을 보였다. 점유율은 0.5%에서 1.7%까지 확대됐다. BYD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주력 모델인 아토3가 인기를 얻으며 점유율을 확대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하락했다. 3사의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1~8월 53.9%에서 올해 같은 기간 48.3%로 5.6%포인트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56.3GWh로 비중국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켰지만(점유율 28.5%) 2위 CATL과의 격차가 0.8%포인트로 좁혀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7.5%포인트였다.
SK온은 16.1% 늘어난 21.6GWh로 4위, 삼성SDI는 33% 성장한 17.5GWh로 5위를 각각 기록했다. SK온의 점유율은 10.9%로 전년 동기(15%)보다 축소됐고, 삼성SDI의 점유율도 지난해 10.6%에서 올해 8.9%로 줄었다.
SK온 서산 배터리 공장. [SK온 제공] |
SNE리서치는 “중국 업체들의 해외 진출 의지에 따라 비중국 시장에서 연이은 고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가성비가 강조된 보급형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판도가 기울고 있다”고 진단했다.
LFP는 안전성이 높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장점이 있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고 무거워 그간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는 수요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꺾이면서 보급형 모델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졌고, 이에 LFP를 채택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실제 현대차그룹, KG모빌리티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제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중국 업체와 협력에 나섰다.
NCM(니켈·코발트·망간) 기반의 삼원계 기술이 주력인 국내 배터리사들은 시장의 판도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기존 NCM 제품으로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면서 LFP 개발에도 나서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 공장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라인 일부를 LFP로 전환하고, 2025년부터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양산하겠다는 구상이다. SK온은 지난 3월 국내 업계 최초로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했다. 삼성SDI도 울산에 LFP 배터리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밖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합리적인 가격을 갖추면서도 에너지밀도가 높고 안전성을 강화한 ‘하이 볼티지 미드-니켈 NCM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삼성SDI는 중저가 시장을 공략할 제품으로 양극재에서 원가 부담이 큰 코발트를 제외하고, 망간 비중을 높인 NMX를 공개했다. SK온은 코발트의 함량을 줄이거나 없앤 레스 코발트 혹은 코발트 프리 배터리로 중저가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