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최신 D램 발견
칩 유통 ‘미스터리’ 논란 확대
아너의 스마트폰 등 이미지 [그래픽=김지헌 기자]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미국의 제재 대상인 중국 화웨이에서 분리된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의 올해 출시된 스마트폰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메모리 칩이 탑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마이크론 칩이 아너 뿐 아니라 ‘친정’ 격인 화웨이 스마트폰에도 탑재됐다는 설을 유력하게 제기하고 있는 중이다. 앞서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칩이 정식 유통 경로로 볼 수 없는 방식으로 화웨이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된 것에 이은 사례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과 중국 기업 내 관계가 얽혀 있어, 메모리 칩의 유통 경로를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미스터리’급이란 설명이다.
최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회원사의 날’ 행사에서, 테크인사이츠는 올해 1분기 출시된 아너의 ‘매직5프로’에 마이크론의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5(LPDDR5)가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칩은 10나노대 4세대 D램(D1α) 공정을 사용한 최신 메모리 칩이다. 낸드플래시 제품으로는 키옥시아의 112단 트리플레벨셀(TLC) 제품을 사용했다. 지난해 2분기에 나온 아너의 ‘매직4프로’에도 마이크론의 D램 칩이 사용된 바 있다.
앞서 2020년 11월 화웨이는 미·중 갈등과 함께 미국 제재 강도가 높아지자 자사 브랜드이던 아너를 중국 선전시 즈신정보기술유한공사에 매각했다. 화웨이는 매각 과정에서 모든 지분을 정리했다고 밝혔으나, 업계에선 꾸준히 화웨이와 아너의 기술진 등이 서로 교류하는 등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는 전언이 나온다.
화웨이의 경우 올해 1분기에 나온 ‘화웨이 P60 프로’, 2분기에 나온 ‘화웨이 메이트3X’, 3분기에 나온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에 SK하이닉스 D램 제품을 사용해 논란을 낳은 바 있다. 제재 대상인 화웨이폰에서 SK하이닉스의 10나노대 D램 3세대(D1z) 공정이 적용된 LPDDR5가 발견됐다.
업계에선 마이크론의 D램 칩이 아너 뿐 아니라 화웨이에서도 발견됐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된다. 중국의 특정 몇몇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제재가 헛점이 많아, 첨단 기술 칩이 기업간거래(B2B) 등에서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마이크론뿐 아니라 SK하이닉스도 온전히 추적하기 어려운 니치마켓(틈새시장)을 통해 메모리 칩 제품이 화웨이에 팔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달 초 SK하이닉스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 조치가 도입된 이후 화웨이와 거래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최태원 회장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화웨이가 지난 8월 공개한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 SK하이닉스 첨단 반도체가 탑재된 것에 대해서 ‘미스터리’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최 회장은 “어떻게 화웨이 폰에 자사의 칩이 탑재됐는지 조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결과 이는 우리 채널이 아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에 이어 미국 마이크론 칩이 화웨이폰에 탑재된 것이 공식화될 경우, 미국 정부의 속내가 복잡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에 대해 미국 정부와 의회가 주시하긴 하겠지만, SK하이닉스에 피해를 입히긴 어려울 것”이라며 “자국 기업 마이크론을 보호하려는 미국 입장에서 SK하이닉스에만 불공평한 요구를 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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