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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걸그룹 사태로 본 프랜차이즈산업

하루는 유튜브를 보다가 한 신인 아이돌그룹과 관련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을 봤다. 여러 유튜브와 연예 기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내용은 이러했다.

한 중소 기획사 사장이 걸그룹을 키우기 위해 투자를 많이 했지만 성과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또 다른 기획사와 파트너계약을 하고, 프로듀싱 외주를 맡겨 노래를 발매했는데 이 노래가 미국 빌보드 차트 100위 안에 들며 화제가 됐다. 이후 그 걸그룹 중 한 멤버가 부상으로 휴식기에 들어가게 됐다. 다시 활동해야 하지만 이 걸그룹 멤버들은 원래 몸담았던 중소 기획사를 대상으로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때 나온 이야기가 ‘탬퍼링(Tampering·전속계약기간 사전 접촉)’이다. 국회에서는 탬퍼링 방지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탬퍼링이란, 스포츠계에서 많이 쓰는 용어인데 아직 계약기간이 남은 선수에게 접근해 이적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원래 중소 기획사 측은 아이돌그룹을 키우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기에 이제 그 투자에 대해 회수할 시기이고 계약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다른 업체가 불순한 의도로 접근해 계약 해지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해당 가처분은 기각됐고, 현재 본안 소송 중이다. 이 걸그룹은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성과를 보였음에도 데뷔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존재 자체가 결국 흔들리게 됐다.

이 사건을 보면서 프랜차이즈산업을 생각해보니 두 가지가 겹치는 것 같다.

하나는 계약서의 중요성이고. 또 하나는 갑을관계의 재정립 필요성이다.

해당 가처분에 대한 법원의 기각 결정을 들여다보면 정산자료 제공 의무 위반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건강관리와 배려 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충분히 소명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다.

따라서 원래 중소 기획사와 업무 종료가 전속계약 위반은 아니라고 법원은 봤다. 표준계약서 제15조 제1항에서 의무화하고 있는 유예기간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이 기각 사유 중 하나다.

법원은 결국 계약서상 중소 기획사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고, 걸그룹 멤버들이 계약서상 의무를 충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각이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보면 계약서에 무엇이 기술돼 있고, 나의 권리뿐만 아니라 나의 의무와 상대방의 의무와 권리까지도 세심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프랜차이즈산업에서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통해 계약 전 정보공개서를 제공하고 이를 15일간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가맹계약 해지에도 2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을 둘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즉, 가맹계약을 하기 전에 자신의 권리와 의무도 세세하게 살펴보고 이를 이행해야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내가 유리하다.

그럼에서 아쉬운 법률적 제약은 있다. 앞서 말한 가맹계약 해지에 관한 법률은 가맹본부에서 해지하려고 할 때 의무만 있을 뿐 가맹점에서 해지하려고 할 때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아마도 두 번째로 생각한 갑을관계 때문일 것이다.

앞서 말한 사건을 보면 필자는 가수와 기획사 관계에서 가수가 ‘을’이고 기획사가 ‘갑’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에 나온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중소 기획사 사장은 걸그룹을 키우기 위해 차도 팔고 부모님의 돈까지 말 그대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투자’를 했다. 이 걸그룹의 미국 활동을 위해 좋은 집까지 알아보고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투자한 비즈니스가 걸그룹 멤버들의 거부로 하루아침에 중지된 것이다. 즉, 우리가 생각한 기획사가 갑이 아니라 오히려 가수가 갑인 상태가 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갑을관계는 정형화돼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프랜차이즈에서 가맹점과 가맹본부도 그러하다. 일반적으로는 가맹본부가 갑이고, 횡포를 부리면 을인 가맹점은 당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꼭 가맹본부가 갑이 되지는 않는다. 특히 이제 가맹본부를 시작하거나 아직 많이 성장하지 못한 가맹본부는 가맹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자신의 브랜드 노하우를 배워서 제2·제3의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가맹점이 계약을 해지하거나 통제에 따르지 않고 가맹점주 마음대로 함으로써 브랜드 가치가 손상될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브랜드 수는 1만1844개다. 그러나 100개 이상의 가맹점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 수는 468개로, 4.0%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가맹본부는 아직 중소기업이다. 따라서 가맹점과 갑을관계를 일방적인 단순 관계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고민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느껴진다. 한 ‘걸그룹 사건’이 연예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번졌다. 아쉬운 것은 더 많은 자영업자가 있는 프랜차이즈산업에 대해 여전히 존재하는 정치권의 무관심이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계약서 준수 여부의 중요성과 갑을관계의 성립에서 양면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상호 영산대 외식경영학과 교수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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