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바다, 호수, 고택의 앙상블.’

경포대 해변호텔에서 내려다 보면 밀려왔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바닷물이 고여 호수로 변해버린 ‘코리안 라군’ 경포호와 동해 바다가 절묘하게 갈라진 모습이 보인다.

동해바다와 코리안라군 경포호의 앙상블

경포호 서쪽 가시연습지에서 1㎞만 걸으면 아흔아홉칸 고택 선교장에서 조선의 선비가 되어 시간 여행을 즐긴다.

지난 5~8일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의 문화유산방문캠페인(방캠) 국민동행 여행패키지에 참가한 여행자들은 각각 경포, 선교장 등 ‘관동풍류의 길’을 걸으며 뿌듯함 가득한 인문학 힐링을 누렸다.

선교장 활래정

글로벌 한식 홍보영상 속 활래정

문화유산 방문캠페인은 ‘방캠러’의 10개 코스중 하나로서 평창-강릉-속초-양양-삼척 일대 관동팔경과 주변 명소을 엮어 관동풍류의 길 여행루트를 만들었다.

이번 국민동행 여행패키지는 ‘선교장 달빛방문’과 ‘관동풍류 원정대’였다. 워낙 빨리 완판돼 이 프로그램에 참가 기회를 놓쳐도, ‘관동별곡’의 송강 정철이 그랬듯, 자유롭고 다양하게 관동풍류 여행을 누구든 설계할 수 있다.

‘선교장 달빛방문’은 효령대군 11세손인 가선 대부 무경 이내번이 18세기에 지은 선교장에서 고즈넉한 야간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구성했다. 이번엔 일본 여행사가 주선한 팀도 포함돼 국제적 의미를 더했다.

선교장 초정에서의 전통예술공연

해설사의 친절한 설명에 따라 월하문, 활래정, 솟을대문, 안대문, 안채, 열화당, 초정, 백호길, 전망대, 박물관 등을 돌아보다 보면 한옥의 정취를 보다 깊게 흡입할 수 있었다. 열화당과 초정에서 전통 예술공연을 관람하고, 백호길을 따라 걸으며 70여 분간 선교장의 밤 정취를 만끽했다.

선교장은 시루봉에서 뻗은 안온한 구릉과 울창한 송림을 뒤에 두고, 경포호와 연결된 지천과 습지를 앞에 둔,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입지이다. 초입엔 창덕궁 후원 부용정을 연상케 하는 활래정이 연못 가장자리에 서있다. 마루가 연못 안으로 들어가는 자연친화적 구조는 강인한 돌기둥이 지탱한다. 예나 지금이나 주객이 정담하는 다실이다.

글로벌 한옥 홍보영상 속 선교장

글로벌 한옥 홍보영상 속 선교장

솟을 대문을 지나 전각 내부로 들어가면 12칸 사랑채 열화당이 보인다. 툇마루 앞엔 서양식 차양도 있는데, 개화기 이곳에 머물던 러시아인들이 감사의 뜻으로 만들어줬다. 선교장은 지난해 방콕 번화가 옥외 광고판에서 오래도록 상영된 한옥 홍보영상과 런던 웨스트필드 쇼핑가 전광판에서 한달간 상영된 한식 홍보영상을 촬영했던 곳이다.

‘관동풍류 원정대’ 여행은 강릉 오죽헌, 바우길 배나무다리, 경포대, 경포호 둘레길 가시연습지, 허난설헌 생가터, 경포해변 등 강릉 일대를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코스로 이뤄졌다. 해설사의 인문학 강좌가 더해지니 금상첨화라는 평이다.

허난설헌 생가

참가자들은 각자 다른 곳에서 모인 사람들이지만, ‘원정대 키트’에 있던 모자, 티셔츠, 에코백팩, 방문자 여권 등을 나눠 입거나 갖고 다니면서 마치 ‘원팀’처럼 답사 여행을 즐겼다.

바다와 경포호 사이를 거닐던 조선의 세조는 “바다에는 갈매기, 호수에는 철새들이 쌍쌍이 날고, 천병만마 늘어선 송림 사이로 거니는 선남선녀의 모습이 그림 같구나”라고 노래했는데, 예나 지금이나 관동풍류의 매력은 여전한 듯 하다.

경포호 둘레길 탐방

동쪽 방향 관중석처럼 좌석이 배치된 바다열차를 타고 동해 바다를 구경하면서 관동 제1루 삼척 죽서루까지 여행하는 ‘바다열차×관동풍류’는 올 가을엔 철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 진행되지 않았다.

관동팔경은 고성 총석정과 삼일포(이상 북한), 청간정, 양양 낙산사, 강릉 경포대 남쪽으로, 국가 명승인 동해 무릉계와 추암을 지나, 삼척 죽서루, 울진 망양정과 월송정까지 이어진다. 이 일대 국보는 진전사지 삼층석탑, 월정사 팔각구층탑, 석조보살좌상, 상원사 동종, 목조문수동자좌상, 중창권선문, 한송사지 석조보살좌상 등이 있고, 국가 명승은 셀 수 없이 많다.

그간 관동지역은 설악산, 오대산, 두타산 등산과 고성·양양·동해 등지의 서핑 등 액티비티 중심의 여행지였지만, 이번 문화유산 방문캠페인을 계기로 ‘길 위의 인문학’이 더해지면서 국민의 더 큰 사랑을 받게 됐다.

머지않아 방어, 도루묵, 양미리가 제철을 맞으면 관동풍류 멋·맛·흥·쉼의 풍미는 더 배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