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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개천룡 사라진 ‘SKY 의대’…월 1100만원 이상 소득가구 자녀 80%
‘SKY 의대’ 소득 9·10구간 가구 출신 급증…2018년 59%→2023년 74%
6년 새 ‘서울대 의대·SKY 의대·전국 의대’ 소득 9·10구간 가구 모두 증가
일각에선 “의대 내 지역 인재 전형 비율 높여야” 주장하기도

[헤럴드경제=안효정·정목희 기자] ‘의대 광풍’이 갈수록 거센 가운데 의대에 입성한 ‘개천룡’은 더욱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의대’에서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학생 중 일찍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소득 9·10 구간의 학생 비율이 6년 사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1학기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서울대 의대생 중 소득 9·10 구간에 속하는 학생 비율은 80%를 넘어섰다.

전체 재학생의 절반 가까이가 국가장학금을 신청하고 미신청 학생의 대부분이 자신이 고소득층임을 인지해 신청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SKY 의대 내 고소득층 학생이 6년 새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5일 국회 교육위원회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받은 ‘국가장학금 신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학기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의과대학에서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학생 1050명 중 소득 9·10 구간에 있는 학생 비율은 74.38%(78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1학기 국가장학금 신청자 781명 중 소득 9·10 구간에 속한 학생 비율이 59.54%(496명)였던 것에 비해 그 비중이 크게 늘었다. 한국장학재단은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를 차지한 가구의 소득) 대비 200% 초과~300% 이하를 9구간, 300% 초과를 10구간으로 분류한다. 2023년 기준 중위소득은 540만964원으로 9구간의 경우 가구 월 소득인정액은 1080만원 이상, 10구간의 경우 1600만원이 넘는다. SKY 의대 재학생 중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10구간 학생의 비중은 2018년 1학기 44.2%에서 2023년 1학기 61.71%로 늘어났다.

국가장학금은 가구 소득 수준에 따라 정부가 장학금을 차등적으로 지원하는 장학 사업이다. 장학금은 가구 소득 8구간 이하만 지급된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연간 700만원(둘째 자녀 전액 지원), 1~3구간은 520만원, 4~6구간은 490만원, 7~8구간은 350만원이 지급된다. 소득인정액은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 환산액을 더한 값에서 형제자매 수에 따른 공제액을 제외하고 계산된다. 통계청의 소득 분위와는 구분되는 것으로 학자금 지원구간 산정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학생들은 자신이 어느 소득 구간에 포함되는지 장학금 신청 후에 알 수 있다. 고소득 가정의 의대생들이 장학금을 신청하는 이유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학자금 지원구간 산정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학생들도 정확하게 본인이 장학금을 지원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대 의대 국가장학금 신청자 중 고소득층 자녀 증가 추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1학기 서울대 의대에서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학생 471명 중 80.04%가 소득 9·10 구간에 속했다. 이는 2018년 1학기 51.67%보다 28.4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고려대 의대 역시 장학금 신청자 중 고소득층에 해당되는 학생 비율이 높았다. 올해 1학기 기준 72.53%로 6년 전(68.32%) 대비 4.2%포인트 올랐다. 연세대 의대도 국가장학금 신청자 중 고소득층 집안의 자녀인 비율이 67.32%로 6년 전에 비해 11.23%포인트 올랐다.

국가장학금 신청자는 재학생 중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신청하고 있어 신뢰성 높은 표본이 된다. 장학금 신청자들의 가구 소득 수준 통계를 곧 특정 대학의 재학생 부모 소득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의대 내 장학금 신청자들의 소득 구간으로 의대에 재학 중인 고소득층 자녀 비율을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3년 1학기 SKY 전체 재학생 5만976명 중 3만701명(60.22%)이 국가장학금 신청을 했다. 이중 SKY 의대 재학생들의 장학금 신청 비율은 2018년 37.2%에서 2023년 46.6%로 늘어났다.

특히 신청을 하지 않는 학생의 상당수는 자신이 9·10구간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임을 인지할 학생일 가능성이 높다. 신청조차 하지 않은 학생을 포함하면 고소득층 비중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를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의대 등 주요 대학이 지역 균형 선발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서울의 주요 대학이나 각 의과 대학은 지역의 인재들이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지역 인재 전형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기홍 의원은 “SKY 의대 학생 중 고소득층 자녀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대물림되고 있다”며 “부모의 소득 격차가 교육 기회의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교육부가 더 정교한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계층 간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n@heraldcorp.com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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