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 중심 장세 개막 관측
삼성전자 등 대장주 동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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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지난달 30일 한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주식판에 들어간지 언 두달째’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사람은 올린 게시물을 통해 “첫 달에는 하루 시드(기초투자금) 100만원 넣고 3~5%만 먹고 나왔다”며 “정보라는 거 알지도 못하고, 코인식으로 오르면 넣고 수익나면 빼는 짓을 한달 내내 해서 24만원 벌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두번째 달 시드 100(만원) 집어넣고 2% 올랐는데, 이번에도 5% 먹자 하고 5% 판매 걸어 놓고 일하는 1시간이 되어도 알림이 안울렸다”며 “1시간 후 시세를 보니 -3%였는데, 그 때 뺏어야 됐다”고 전했다.
또 이 사람은 “제가 언제 손해 나고 팔아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기다리면 오르겠지, 오르겠지’ 하고 기다린게 보름째 -32%”라며 “추석 지나고 첫날 상황 보고 그날 다 빼고 주식 안쳐다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얼마 안되는 돈인데도 스트레스가 엄청났는데, ‘몰빵’한 분들의 심정은 어떨지 공감이 간다”며 “주식으로 돈 벌기는 참 어렵다. 열번 성공해도 한번 미끄러지면 아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글에는 ‘도박은 패가망신의 지름길’, ‘주식은 누구나 큰 하락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 손실을 메울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계좌는 계속 수렁 속으로 파고 든다. 장이 좋아서 운으로 얻어진 수익은 결국 다 잃게 되는 것’ 등의 공감 댓글이 달렸다.
[연합] |
이런 가운데 개인들이 나름 수익을 노릴 수 있었던 테마주 장세가 마무리되고,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 대형주의 일평균 거래 대금은 5조119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8월(6조1571억원)보다 16.8% 줄어든 규모지만,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9%에서 61.4%로 오히려 늘었다. 코스피 전체 거래 대금에서 대형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월 68.9%에 달했으나 이후 하락세를 지속해 50%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이는 이차전지주 등 단기 테마주에 대한 수급 쏠림 현상이 전개되면서 증시 거래대금이 폭증하는 동시에 대형주는 상대적으로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테마주 쏠림 현상이 완화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재차 대형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이러한 변화는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거래대금 추이에서도 목격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 8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7979억원으로 올해 3월(7611억원) 이후 최저 수준이었으나, 지난달에는 1조418억원으로 반등했다.
지난 7월과 8월 각각 3.32%, 4.15% 떨어졌던 삼성전자의 주가도 지난달에는 2.24% 오르면서 전반적인 지수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7월 한 달간 삼성전자가 3.3% 하락했고 POSCO홀딩스는 65.4% 상승했지만, 두 종목의 지수 기여도를 합하면 마이너스"라며 "삼성전자 한 종목이 확실히 오르는 게 코스피가 오르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짚었다.
이어 "종목별 수급 등 주식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의 가중치가 달라지고 있다"며 "변화를 반영해 10월엔 코스피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삼성전자를 위시한 반도체 대형주 매수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NH투자증권도 올해 하반기 반도체주 강세를 기반으로 코스피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NH투자증권은 하반기 증시 전망을 통해 "반도체 수출 증가가 확인된다면 반도체 중심의 지수 상승에 확신이 더해질 것"이라며 "반도체 재고가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가 보다 명확해지면 우상향 방향성이 명확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4분기에는 지난 8월 고점(2668.21)을 상향 돌파할 것"이라며 투자 비중 확대 전략을 적용할 종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제시했다.
외국인이 지난 6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총 5조원 규모로 코스피를 순매도했다는 점은 지수 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업종별로 외국인 수급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도체주 강세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 외국인의 '셀 코리아'(한국 주식 매도)는 반도체주 등 주력 업종을 중심으로 전개됐지만, 현재는 그런 기조라고 보기 어렵다"며 "외국인 순매도의 대부분을 이차전지 업종이 포함된 철강이나 화학 업종이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도체주가 속한 전기·전자와 자동차 등 운수장비 업종은 순매수세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외국인 순매수 업종에 대한 비중 확대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