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적·근거 없다” 알면서도 가덕신공항법 처리
내년 총선 1년 앞두고 TK-호남 지역 특별법 통과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와 부산항신항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박상현 기자] 21대 국회에서 특정 지역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특별법이 난무하게 된 주요 원인으로는 지난 2021년 2월 국회를 통과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꼽힌다. 한 국회 관계자는 3일 헤럴드경제에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국회의 심리적·정책적 방어선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은 노무현 정부부터 추진돼 온 동남권 신공항 논쟁을 국회가 입법으로 결론 지은 이례적인 사례다.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를 놓고 경남 밀양과 김해, 부산 가덕도가 경쟁했고, 공정성을 이유로 2016년 프랑스 업체가 입지를 선정하는 연구용역을 실시하기도 했다. 정부는 김해가 최적이란 용역 결과에 따라 약 34억원을 들여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었는데, 국회가 법안명에 가덕도를 명시한 특별법을 통과시키면서 한순간에 방향이 뒤집혔다.
당시 법안을 심사한 국회의원들도 문제를 지적했다. 2021년 2월17일 국토교통위 교통법안심사소위에서 여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김해신공항이 아직 폐기된 게 아니고 살아있는데 가덕도 법안을 심의하고 있는 것은 일견 모순”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의원도 “안전성, 환경성, 접근성 등으로 봐서 김해공항보다 전혀 나을 게 없다”며 “기본계획 수립 2년차인 공항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가덕도공항법으로 입지를 정해 주는 건 어떤 근거에서 우리가 심사를 하는 거냐”고 지적했다. 송언석 의원은 해당 특별법을 “올마이티(almighty·전능한)한 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야는 2021년 2월26일 재석 229인 중 찬성 181표, 반대 33표, 기권 15표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174명이 모두 찬성했고, 국민의힘에서는 TK 의원 17명을 제외하고 찬성표를 던졌다. 한 국회 관계자는 “그해 부산시장 4·7 재보궐선거와 다음해 대선을 의식한 여야가 반대하지 못하고 합의 처리해버렸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는 “가덕도 특별법이 성공모델이 되면서 TK(대구·경북), 호남까지 유사한 특혜법들이 통과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올해 4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이 같은 날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법안들은 공항 건설에 필요한 자금 일부를 국비로 지원하는 게 골자인데, 예타 면제를 명시하고 있다. 민간 공항과 군 공항을 겸하는 대구국제공항을 2030년까지 대구 군위군과 경북 의성군 일대로 옮기는 대구신공항 사업은 총 사업비가 12조9000억원에 달한다. 광주 군 공항 이전 사업에는 6조원 가까이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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