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섬유사들 슈퍼섬유 증설도 속도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 공장 전경. [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국내 화학섬유 기업들이 이른바 ‘슈퍼섬유’로 불리는 첨단소재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와 5G 광케이블 등 전방산업의 호황으로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증설 시기를 앞당기거나 규모를 확대하며 시장 대응에 총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실적 성장을 이룩하며 그룹의 효자 계열사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29일 한국화학섬유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화학섬유 생산량은 2011년 147만6000t에서 2021년 123만2000t으로 10년새 16.5% 감소했다. 중국,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화학섬유 공급량이 크게 늘면서 생산량을 조절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산 화학섬유 유입에 따른 경쟁 심화로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도 전반적으로 저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폴리에스터 장섬유 생산을 줄이는 대신 산업용 섬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확대하며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
효성첨단소재와 코오롱인더스트리, 태광산업이 탄소섬유, 아라미드 등 슈퍼섬유에 주목하고 생산능력 확장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탄소섬유는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아 항공·우주, 자동차 등에서 철을 대체하는 경량화 소재로 활용된다. 아라미드는 파라계의 경우 철보다 강도가 강하고 탄성이 우수해 항공기 재료와 타이어 및 광섬유 케이블 보강제 등으로 사용되며 메타계는 500˚C의 고온에도 타지 않아 방화복 용도로 쓰인다.
효성첨단소재 탄소섬유. [효성첨단소재 제공] |
효성첨단소재는 최근 탄소섬유 증설 계획을 앞당겼다. 전주 공장 증설과 베트남 공장 신설을 통해 2024~2025년 총 7500t 규모의 탄소섬유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기존 2025년 1만4000t 증설 목표를 2024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최종 목표인 2만4000t 도달 시점도 기존 2028년에서 2026년으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5월에 이어 9월에도 추가 증설 계획을 내놓으며 목표 도달 시점을 앞당긴 것은 최근 급증하는 탄소섬유 수요를 선제적으로 흡수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증설 효과가 실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하나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매출액은 2024년 3500억원에서 2026년 600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00억원에서 13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체 회사의 이익에서 탄소섬유가 차지하는 비중을 30% 내외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아라미드 펄프와 자사 제품을 적용한 유기계(NAO) 브레이크 패드. [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최근 경북 구미 아라미드 생산공장의 증설 규모를 당초 1만5000t에서 1만5310t으로 소폭 상향 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생산 규모는 연산 7500t 수준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연말까지 증설 공사를 마무리짓고 내년 초부터는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증설 물량의 상당 부분을 선판매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해 1월부터 사전 계약에 나섰는데 현재 약 70%에 달하는 공급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아라미드 증설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는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특히 아라미드의 경우 전기차용 타이어, 광케이블 등 수요 확대로 판매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원가는 하락하고 있어 지난 2분기를 기준으로 30% 이상의 높은 수익성을 기록한 바 있다. 당분간 실적 호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태광산업도 지난해 12월 울산 화섬 아라미드 공장에 145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해 500t 증설한 데 이은 추가 투자다. 태광산업은 이번 투자를 통해 현재 연산 1500t 규모인 아라미드 생산량을 2025년까지 총 5000t까지 늘릴 방침이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