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상하이 생산·수출 물량 타격
급성장한 ‘中 전기차’ 견제도 본격화
테슬라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 [테슬라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테슬라가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 대규모 기가팩토리를 구축, 현지에서 생산한 차를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어서다. 제재를 받는다면 유럽 내 테슬라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EU는 보조금을 받아 가격을 낮춘 중국산 전기차가 시장을 왜곡한다며 반보조금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3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국정연설 격인 연례 정책연설에서 “중국의 ‘불공정한’ 보조금 살포 정책이 시장 가격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U 내에서 중국을 향해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중국은 201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자국민을 상대로 신에너지차(전기·하이브리드·수소차) 구매 보조금을 주고, 구매세 감면 조치를 통해 자국을 ‘전기차 강국’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중국 BYD는 지난해 186만대라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리며 테슬라(131만대)를 크게 추월,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자국 시장을 등에 업고 기초 체력을 키운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유럽으로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EU 회원국의 부담감도 커졌다.
여기에 테슬라 등 중국에 진출한 역외 기업까지 가세하며 EU 자동차 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달았다. 유럽 내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지난해 8% 수준이었지만,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2025년 점유율이 15%로 늘어날 것으로 EU는 예상했다.
중국의 경제·무역 사령탑인 허리펑 부총리(오른쪽)와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유럽연합(EU) 경제·통상 담당 수석 집행부위원장이 25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제10차 중국-EU 고위급 경제·무역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후 떠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회담에서 “양측이 EU가 내놓은 외국 보조금 심사 등 무역 정책에 대해 깊이 있고 솔직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연합] |
이에 EU는 중국 브랜드를 비롯해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 중인 테슬라를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다. 세금 감면, 생산 보조금, 대출 등 여러 형태로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생산된 전기차도 제재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의미다.
테슬라는 2020년 말부터 중국 상하이 공장을 주요 수출 허브로 삼고 있다. 자동차 조사업체 슈미트 오토모티브 리서치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1~7월 중국에서 제조한 테슬라 자동차 약 9만3700대를 서유럽에 판매했다. 테슬라 전체 인도 물량의 47%에 해당하는 규모다.
BMW, 르노 등 중국 현지에서 합작 회사를 운영 중인 유럽 기업들도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반보조금 조사 결과는 집행위가 조사 착수 시점으로부터 약 9개월 뒤 발표한다. 이를 토대로 잠정적으로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집행위는 이후 4개월 이내에 잠정 관세를 확정 관세로 전환할지를 결정한다.
저가 전기차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잠식하는 중국에 대한 각국의 견제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년여 전 중국을 전기차와 배터리 공급망에서 고립시키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했고, 프랑스는 최근 유럽산 전기차만을 대상으로 한 전기차 보조금 개정안을 발표했다.
실제 중국은 배터리 생산과 전기차 제조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무기로 세계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 BYD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21.1%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테슬라(13.7%), 3위는 상하이자동차(7.5%)다. 배터리 시장에서는 중국 CATL(36.6%)과 BYD(16%)가 나란히 1·2위를 기록했다.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도 이들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중국 자동차 및 배터리 회사의 올해 상반기 비(비非)중국 시장 점유율은 각각 11.8%, 32.9%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전기차 수출 100만대를 돌파하는 등 이제 자국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하는 전기차를 만들고 있다”며 “향후 미래 핵심 산업으로 꼽히는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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