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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둥산 꼭대기 은빛 억새 물결에, 동해 파도 울고간다 [함영훈의 멋·맛·쉼]
등산, 산이 거기 있어서 간다는데..
가을 등산, 정선 택할 세 가지 이유
민둥산 백록담 MZ사진놀이 핫플로
11.5 까지 민둥산 은빛억새축제 진행중

[헤럴드경제(정선 민둥산)=함영훈 기자] 정선 고원은 동해바다와 조금 떨어진 백두대간의 분기점이다. 백두대간은 정선-태백에서 소백·지리산행, 주왕·가지산(영남알프스)행으로 갈라지면서 그 분기점에 거대한 고원지대를 만들어 놓는다.

정선은 동강, 아우라지, 화암소금강, 하이원하늘길, 도롱이연못, 올림픽이 열린 가리왕산 등을 가진 대한민국 내륙청정구역 1번지이다. 바다가 없다는 게 조금 아쉬웠는데, 9,10,11월 석달은 거대한 은빛파도가 일렁이니, 한 점 부러울 것이 없다.

2023년 9월 하순의 민둥산 정상 억새 물결은 약간 초록빛이 감돈다. 몇몇 억새는 초록에서 은빛으로 변하기 전 색깔인 보랏빛을 띠기도 한다. [민둥산=함영훈 기자]
금슬 좋은 노부부의 민둥산 정상 사랑사진놀이 [민둥산=함영훈 기자]

해발 1119m의 정선 민둥산은 대한민국 가을 억새의 대표 아이콘이다. 산 꼭대기 66만여㎡ 일대를 나무 없이 은빛 억새초원으로만 가득 메우니, 전국 5대 억새 명소 중 정선 민둥산 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등정과 억새 파도 감상의 기쁨을 모두 맛보기 때문이다.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9월 하순부터 11월 상순까지 민둥산 은빛억새축제(2023.9.22.~11.5)가 열린다. 때마침 긴 추석연휴이다.

▶민둥산 은빛 물결과 귀여운 백록담= 축제의 평지 중심지인 민둥산 운동장에서 만난 전제민 ‘민둥산 은빛 억새 축제’ 위원장은 “억새는 초록이었다가 보라색, 은색, 흰색으로 네 가지 색을 갖고 있어 매력적이다”고 운을 뗐다. 때론 실제 옅은 황금색도 보이고, 해질녘엔 옅은 주홍빛을 보이기도 하며, 비에 젖으면 황토색 같은 색감도 풍긴다.

전 위원장은 “억새 물결 보기좋은 것은 다 아는데, 요즘은 민둥산 백록담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예전엔 산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로 왔지만, 최근엔 젊은층(20~30대)이 사진 찍으러 많이 오고 억새물결과 백록담을 배경으로 한다”고 전했다.

축제장엔 역대 민둥산 억새축제 기간 중 여행자들이 폰카로 찍은 사진들을 축제위원회가 이번 축제 직전 온라인으로 받아 전시하는 공간도 있다. 모두 아마추어들의 작품이다. 민둥산 자체가 수려하기에, 온라인 콘테스트 출품작을 보면, 가을 산행객 누구든 손가락 폰 터치 만으로 훌륭한 사진작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요즘 핫플, 민둥산 백록담 [민둥산=함영훈 기자]
민둥산 백록담 [폰카 사진 콘테스트 출품작, 한선정씨 촬영]

전 위원장이 말한 ‘민둥산 백록담’이 궁금했다. 억새 군락이 보이기 시작한 지점에서 10분가량 올라가니, 산정을 100여m 앞둔 지점, 드디어 그 백록담을 만난다.

크기는 한라산 백록담 보다 작은, 비온 뒤의 제주 금악오름 분화구 만 하다. 전문용어로는 ‘돌리네’(doline)라는 석회암 함몰로 생긴 원형의 웅덩이라 칼데라호인 제주 것과는 다르다. 돌리네는 정선 말로 구덕이다. 팔(八)구덕이 인구에 회자되면서 편한 발음 ‘발구덕’으로 변한 민둥산 산기슭 마을엔 이런 돌리네가 여덟 개 있다고 한다.

▶빨-노-파 등산객이 있기에 더 그림같은..= 화산 분화구가 아니기에, 민둥산 백록담에서 100m 가량 더 올라가야 정상이다. 백록담에서부터 정상까지, 억새들이 물결치는 거대 은빛 초원들이 가득하다.

정상에 오르니, 민둥산 표석 아래 사람이 다니기 편하게 뚫어놓은 산책길엔 빨-노-파 등산복을 입을 여행자의 행렬이 형성되고 주변은 온통 은빛으로 출렁이며 멋진 풍경화를 만들어낸다. 9월 하순이라 초록빛이 살짝 남아있다. 세 방향의 전망대에선 백두대간 분기점인 정선의 파란만장한 산악들이 병풍 처럼 펼쳐진다.

10월 하순의 민둥산 [한국관광공사 제공]

‘민둥산’이라는 보통명사는 일제의 벌목과 산불로 인해 나무가 없는 산, 즉 ‘현대적 식목일’ 제정(1949년)의 원인이 된, 좀 슬픈 단어이다.

하지만 정선에서 고유명사로 변신한 ‘민둥산’은 생산적이며, 미학적인 것이다.

50여전까지 7부능선 주변에 살던 화전민들이 비교적 평평한 민둥산 고지대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불을 놓았고, 이 불은 잡목들을 태웠지만 땅을 기름지게 했기에 화전민에게 먹고 살 걱정을 덜어주었다.

1968년 화전정리법이 시행되면서 화전민은 사라지고 7부능선 이하 지역에서는 드문드문 고랭지채소 과학영농이 이뤄진다. 자연히, 8부능선 부터 산꼭대기 까지의 밭은 억새초원으로 탈바꿈한다. 민둥산 산정 일대는 매년 가을, 아름다운 은빛억새가 물결치면서 온 국민을 힐링시키는 것으로 그 임무가 바뀐다.

민둥산 5~6부능선에 있는 발구덕 마을 고냉지 채소밭 [민둥산=함영훈 기자]

▶관광객 노래자랑에 꿀 먹기 대회 꿀 선물도= 정선군은 몇몇 등산객의 ‘감춰둔 보석’이던 이곳을 28년전 부터 모든 국민의 것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민둥산 은빛 억새 축제’를 열기 시작했다.

매년 3~4월 작년 것을 베어내고 새로운 억새를 심었다. 산지 농사를 좀 지어본 정선군민은 “베지 말고 태우면 더 아름다운 억새가 자라는데, 그렇게 할 수는 없고..”라며 말끝을 흐린다.

절경에 감탄하는 MZ세대 민둥산 등산객 [민둥산 은빛억새축제위원회 제공]

제28회 민둥산 은빛 억새 축제는 지난 22일 개막해, 오는 11월 5일까지의 일정으로, 정선군 남면 민둥산 정상, 민둥산 중턱, 민둥산 운동장, 민둥산역, 정선역, 나전역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다.

축제의 성공과 지역민의 번영, 여행자의 건강을 기원하는 산신제 등 개막 행사를 마치고, 매주 토·일요일, 정선아리랑 공연, 관광객 노래자랑과 명랑운동회, 민둥산 중턱 산상 버스킹이 열리고 있다.

토,일요일에 열리는 이색적인 볼거리로는 ‘꿀 빨리 먹기 대회’가 있다. 빨대로 꿀을 빨리 빨아 먹는 참가자에게 정선 자연산 꿀을 선물한다. 이 꿀맛 같은 프로그램은 정선다운 것 같으면서도, ‘정선 사람들에게 이런 재치가?“ 하는 놀라움을 안긴다.

민둥산 억새축제는 문체부-한국관광공사의 웰니스 페스타와 같은 시기에 진행된다. 사진은 하이원웰니스센터.
하이힐링원(영월)의 우드버닝 목공예 체험은 나무를 태워 그림을 그리면서 향기 힐링, 몰입을 통한 잡념의 해소, 작품을 완성하는 성취감을 모두 느낄 수 있다. [함영훈 기자]

▶치유관광, 레일마켓= 이번 축제에는 문체부-한국관광공사의 치유관광(웰니스) 페스타(10.7~31)의 한 축인 정선 강원랜드(하이힐링원, 하이원웰니스센터)도 음으로, 양으로 지원하고 있다.

문체부의 관광두레인 현지상인들의 ‘맹글장’, 한국철도공사, 한국관광공사는 손을 맞잡고, 매주 토요일, 정선에서 얻을 수 있는 토산품 등을 여행자에게 가성비 높게 파는 레일마켓을 펼친다.

10월 14일엔 민둥산역에서 마켓에 버스팅을 곁들이고, 28일엔 정선역, 11월 25일엔 나전역에서 장을 연다.

엽서보내기 느린우체통, 축제 전, 미리 진행한 억새꽃 주제 사진 및 그림 전시관, 다양한 체험부스는 40여일 축제기간(10~16시) 중, 늘 열려 있다.

▶1석3조의 4개 민둥산 등정 코스= 민둥산을 오르는 코스는 총 4개 코스이다. 등산로 초입부터 산의 7부능선까지는 길섶의 야생화, 고랭지 채소밭, 멋진 소나무 군락지, 관목과 잡목지대 등을 지나면서 가장 ‘강원도스러운’ 청정 비탈 생태를 호흡한다.

완만한 경사의 민둥산 정상부 능선 산책로 [한국관광공사 제공]

등산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경로는 1코스(남면 무릉리 증산초∼쉼터∼정상, 2㎞)로, 오르는데만 건강한 성인 속도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2코스(무릉리 능선마을∼발구덕∼정상, 3.3㎞)는 1시간 20분 가량 소요된다.

3코스(남면 유평리 삼내약소~갈림길~정상, 3.5㎞)는 2시간이면 등정하지만, 4코스(화암면 화암리 화암약수~구슬동~갈림길~정상, 7.1㎞)는 삼척쪽으로 가까운 정선 남부의 산촌을 주유하며 오르는 종주형 경로라서 6시간30분 걸린다.

보통 산에 오르는 이유는 ‘산이 거기 있어서’라지만, 가을 민둥산은 ▷산이 거기에 있고, ▷허리춤에 백록담을 차고 있으며, ▷산정에 빛나는 은빛 물결이 기다린다는 이유들이 더 붙는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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