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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진의 세상보기]“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올해 한가위 연휴도 녹녹치만은 않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지난해와 같이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고향 방문을 접지는 않았으나 고유가, 고금리, 고환율, 경제 불안 등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온전히 떨쳐내지는 못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4일 앞둔 23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은 분주하기만 하다. 한강 이남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 중 하나인 이 곳에서는 각계각층 다수의 사람들이 운집, 추석을 준비하기위해 몰려드는 인파의 재잘거림이 그나마 조금의 위안을 준다.

먼저 추석 차례상을 차려야 하는 50대 한 주부의 넋두리가 귀에 와 닿는다. "서민들은 어떻게 살아가란 것인가.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라 덥석 손이 가지 않는다"며 "제수용 사과는 1개에 7000원, 배는 6000원, 배추 한포기 7000원, 묻고 또 묻는다.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 양을 줄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난처하기는 파는 상인도 다르지 않다. 청과물을 취급하는 한 상인은 "긴 장마와 연일 지속된 폭염 등 이상기후로 인해 과일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며 "과일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손님들도 가격을 보고는 그냥 가 버리기 일쑤"라고 말했다.

이날 서문시장에서 약 2㎏ 가량의 살아있는 문어는 5만여원, 제수용 마른 민어와 참조기는 각각 2만원, 1만 5000원에 팔렸다. 포를 뜬 부침용 동태살은 500g에 6000원에 팔렸다.

제수용 마른 생선을 취급하는 한 상인은 "일본 오염수 방류 이후 소비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많이 민감해 졌다"며 "오른 가격에 파는 입장에서 물건을 권하기가 망설여 진다"며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나마 이날 밤낮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을 맞아 스산한 기운이 드리운 가운데 시장 내로 울려 퍼지는 호떡의 고소한 맛, 밤까는 기계의 생동감 넘치는 소리, 젊은이들의 조잘 거림 등이 추석 명절이 가까워 졌음을 느끼게 해 준다.

취준생 이라고 밝힌 30대 한 젊은이는 "수년 동안 사귀던 여자 친구가 있는데 원하는 곳에 취업이 돼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며 "가까운 미래에 희망이라는 꿈 나무를 심고 싶다"고 전했다.

한복을 단아하게 차려 입한 70대 한 주부는 "추석 연휴를 보내기 위해 울진에서 대구 아들 집을 찾았다가 서문시장 장보기에 나섰다"며 "간만에 손주들을 보니 좋다. 시절이 수상해도 그래도 추석은 추석이 아니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며 흥겨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군위군 지역에서 서문시장을 찾았다는 비교적 젊은 40대 부부는 "올해는 처음으로 대구시민이 됐다. 무엇보다도 대구로 올 수 있는 시내 버스가 생겨 너무 좋다"며 "요즘 인근 의성과 대구 등이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문제로 시끄러운데 순리대로 건설되기를 기대해 본다"고 전했다.

많은 사람들 바람 처럼 올해는 경제가 되 살아 나고 물가가 안정을 찾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젊은 취준생이 원하는 기업에 떡하니 취업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이를 통해 취준생의 삶의 불안함이 희망으로 바뀌기를 고대해 본다.

kbj765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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