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장이 지난 5월 16일 서울 중구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열린 대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
[헤럴드경제(광주)=황성철 기자] 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신군부가 5·18을 내란 사건으로 조작하고 시위 참여 광주시민들에게 간첩 혐의를 씌우기 위해 진압 작전 도중성고문을 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1일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는 2023년 상반기 조사활동 보고서를 발표하고 5·18 당시 계엄군이 자행한 광주시민 대상 성폭행의 맥락을 분석했다.
조사위는 계엄군의 광주시민 성폭행 배경에 이미 겪어본 유혈진압 경험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5·18 당시 투입된 공수부대원 일부가 1979년 10월 부마항쟁을 진압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데다 군 내부에서 월남전 당시의 무용담이 떠돌던 상황에 외출·외박의 불허로 가중된 불만 등이 기폭제가 됐을 것이란 설명이다.
조사위가 일부 계엄군을 통해 확보한 진술을 통해서도 당시 만연했던 이들의 폭력성이 드러났다.
월남전 참전 경험을 거론한 한 계엄군이 5·18 당시 남성 연행자의 머리카락을 대검으로 베어내면서 ‘‘이 대검은 월남에서 베트공 여자 유방을 사십 개 이상 자른 기념 칼’이라고 겁박한 내용이 있다.
조사위는 시위 진압 작전 상황이나 연행 중에 광주시민을 상대로 한 계엄군의 강제 추행, 귀가 중인 여성을 야산으로 끌고가 강간했다는 피해자의 진술도 확보했다.
군용트럭에 여학생을 납치하듯 태워가는 모습을 봤다는 제보자 진술도 나왔다.
구금·조사 과정에서 남성 연행자에게 ‘나가거든 성생활을 못 하도록 불구로 만들어주겠다’며 신체 특정 부위를 집중적으로 구타했다는 구술자료, 수사관이 심문과정에서 옷을 벗겨 성기를 반복적으로 쳤다는 남성 피해자의 진술도 확보했다.
아울러 자신을 유화적인 태도로 담당해온 수사관이 출소 직전 강간을 했다는 피해자의 진술도 있었다.
조사위는 이 같은 진술과 증언자료, 과거 수사 기록등을 종합해 시위 진압 작전과 구금·조사과정의 성고문이 남녀를 불문하고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당시 내란사건 조작을 위해 정해진 수사 방향에 따라 간첩 혐의를 씌우거나 자백을 받아내고 회유할 목적으로 구금자별 분리 대응 과정에서 발생된 것으로도 분석됐다.
조사위는 이 같은 내용들이 40여년이 지난 이제서야 수면위로 떠오른 이유를 정리하고자 5·18진상규명 무력화 시도와 역사 왜곡, 연행·구금자에 대한 당국의 감시, 1988년 국회 5·18청문회 참여 여성 증언자에 대한 테러 사실, 현대사 속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사회적 통념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조사위는 5·18 당시 헬기사격의 사실 정황을 뒷받침하는 자료들도 추가 확보했다.
조사위는 AH-1J(코브라) 헬기의 광주 시내 투입과 관련해 당시 광주에 출동한 103항공대 무장사의 89년에 작성한 자필 진술서를 분석하고 있다.
해당 무장사는 자필진술서를 통해 코브라 헬기에 20㎜ 무장과 장전했다고 인정했다.
조사위는 무장사의 자필진술서에 기록된 ‘작전에 참가한 코브라 2대에 20㎜ 무장을 장전하였으며, 1대는 건 드라이브 고장으로 1대만 정상적으로 실탄 장전되었음’이라는 내용을 분석하고자 면담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1980년 5월 22일 오후 2시 15분 광주로 들어온 코브라 헬기 두 대 중 한 대에서 발생한 고장 사유가 사격에 의한 것인지 밝혀낼 계획이다.
또 11공수여단의 전투상보에 기록된 500MD 헬기 운용 내역을 분석해 최소 1980년 5월 14일부터 500MD 헬기 운용을 위한 준비 과정을 밟고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
5월 20일 전투교육사령부가 11공수여단에 무장헬기를 긴급히 건의한 내용, 다음날인 21일 5개 추가 지원에 따라 5월 22일 501항공대 소속 500MD 4대가 광주에 전개됐다.
광주사태시 전교사 정보일지를 통해서는 5월 21일 오후 3시께 ‘“창평 예비군훈련장에 30명가량의 폭도들이 무기를 탈취’한다는 내용에 따른 500MD 지원 요청 기록이 확인됐다.
조사위는 이 내용이 헬기사격 여부와 어떠한 연관성을 가지는지 조사중 이다.
조사위는 지난 2018년 제정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이듬해 12월 27일 설립됐다.
4년간 진행해온 관련 조사는 오는 12월 종료돼, 연말까지 2023년도 하반기 중간보고서를 발표한 뒤 내년 6월까지 최종 국가보고서를 제작, 대정부 권고안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