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가 18일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개표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현대차노조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가 노조 창립 이후 사상 처음으로 5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매듭짓는 데 성공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 ‘맏형’ 격인 현대차가 노사 간 단체교섭 접점을 찾으면서 기아 등 계열사를 비롯해 부품업체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전날 오전 6시부터 전체 조합원 4만4643명을 대상으로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투표자 3만8603명(투표율 86.47%) 가운데 2만2703명(58.81%)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잠정합의안이 가결됐다.

현대차 노사는 앞서 지난 12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열린 21차 임단협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올해 합의안은 ▷기본급 11만1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2022년 경영실적 성과금 300%+800만원 ▷‘세계 올해의 자동차’ 선정 기념 특별격려금 250만원 ▷2023년 하반기 생산·품질·안전 사업목표달성 격려금 100% ▷2023년 단체교섭 타결 관련 별도합의 주식 15주 ▷전통시장상품권 25만원 지급 등이 골자다.

현대차 노사는 이와 별도로 기술직(생산직) 800명 신규 추가 채용, 출산·육아 지원 확대, 완성차 알루미늄 보디 확대 적용, 소품종 고급 차량 생산공장 건설 추진 등에도 합의했다.

이로써 현대차 노사는 지난 2019년 이후 5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가게 됐다. 이는 지난 1987년 현대차 노조 창립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 노사는 오는 20일 올해 임단협 조인식을 열 예정이다.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 [현대모비스 제공]

업계는 역대 최대 규모 실적 달성을 고려한 임금 인상 폭이 과반 찬성표를 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실제 현대차 기본급 인상 규모가 10만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현대차 노사가 기본급 9만8000원 인상에 합의했을 당시 잠정합의안 찬성률은 61.9%였다.

현대모비스 역시 같은 날 진행한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전체 투표자 1297명(전체 조합원의 95.7%) 가운데 800명(61.7%)이 찬성표를 던지며 약 3개월 만에 교섭을 마무리 지었다.

현대모비스 노사는 올해 초 회사가 제시한 특별성과급과 관련해 현대차·기아 노조가 100만원 많은 400만원을 받은 것을 두고 ‘동일하게 지급하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잠정합의안에 추가 격려금 100만원이 포함되면서 무분규 합의를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노조가 연이어 합의점을 찾으면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 양재 사옥. [기아 제공]

기아는 노조 측이 제시한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 주4일제 및 중식시간 유급화, 만 64세까지 정년 연장 조건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아 노조는 지난 8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을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82.5%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지난 14일 치러진 10차 본교섭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기아 노조는 내달 1일부로 올해 단체교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생산특근 협의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르노코리아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한국사업장도 임단협 협상을 두고 난항을 겪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7월 잠정합의안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부결됐다. 이후 지난 15일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노사는 19일 찬반투표를 시행한다.

GM한국사업장 노조도 지난 12~13일 조합원 68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과반인 4039명이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