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화웨이와 거래한 사실 없다”…조사 결과 주목
[그래픽=김지헌 기자]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SK하이닉스가 생산한 메모리칩이 중국 화웨이가 상반기에 출시한 또 다른 스마트폰에도 탑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화웨이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칩 탑재를 시작한 시기가 6개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비정상적으로 한국의 메모리 칩을 빼냈을 가능성을 주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한다.
15일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서 뿐 아니라 ‘메이트X3’에서도 SK하이닉스의 메모리가 탑재됐다.
메이트60 프로는 이달, 메이트X3는 지난 4월 출시된 스마트폰이다. 테크인사이츠는 제품을 분해해 구성 요소들을 분석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테크인사이츠는 화웨이 제품에 쓰인 하이닉스의 칩은 중국 최대 PC업체인 레노버가 만든 핸드셋에서 2021년 처음 발견됐다면서, 화웨이가 이 때부터 하이닉스의 칩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최근 출시된 화웨이의 메이트60 프로는 앞서 중국 파운드리인 SMIC에서 제조한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탑재하며 반도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첨단 AP를 구현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그런데 동시에 해당 스마트폰이 SK하이닉스의 D램과 낸드를 모두 탑재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를 크게 긴장시킨 바 있다.
테크인사이츠가 메이트60 프로 3대를 분해한 결과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5(LPDDR5) 12GB(기가바이트)’와 ‘낸드 플래시 512GB’ 모델이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LPDDR5 D램은 15나노급(D1z) 공정이 적용됐고 낸드는 176단 TLC(트리플레벨셀) 4D 제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테크인사이츠 분석 결과 지난 4월 출시된 메이트X3에도 메이트 60 프로에서 확인된 15나노급(D1z) 공정이 적용된 LPDDR5 12GB D램이 동일하게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삼성전자의 메모리는 화웨이 폰에서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화웨이 스마프톤 메이트 60 프로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난 SK하이닉스의 D램과 낸드 플래시 [테크인사이츠 제공] |
앞서 최정동 테크인사이츠 수석부사장은 헤럴드경제 질의에 “화웨이 폰에 들어간 SK하이닉스의 D램 기술이, 미국 정부가 중국 수출 통제 당시 제시한 ‘18㎚ 이하 D램 생산 장비 수출 금지 조치’에 반하는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또 “미국에서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볼 것”이라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 측은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으며 화웨이와 거래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미국의 수출 규제를 철저하게 준수한다는 것이 회사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화웨이 스마트폰에 SK하이닉스 메모리 칩이 쓰였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 곧바로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에 이 사실을 신고했고, 사태 파악을 위해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의 칩을 화웨이가 제3자나 중간 상인을 통해 거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갈등에 애꿎은 국내 기업들만 미국 정부에 불똥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반도체 수익에는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중국 기업들에 더 강한 제재를 조기에 걸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의 오포, 비보 등 중저가 스마트폰 업체들이 한국 기업들의 D램을 미리 확보하려고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평가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메모리를 비축하려고 하면서 가수요가 발생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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