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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묶어놓고 이젠 돈 더 내라” OTT발 스트림플레이션
넷플릭스·디즈니+ 가격 기습인상
초반 대규모 투자에 수익성 악화
요금올려 수익 개선...독자 부담 ↑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123RF]

“싸게 보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젠 기습 요금인상”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플랫폼들이 줄줄이 요금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서비스 출시 초반 저렴한 요금제로 이용자들을 유인했던 OTT들은 최근 콘텐츠 제작비 상승과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잇달아 요금인상에 나서고 있다. 이용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당장 오는 11월 디즈니의 OTT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시장에서 요금체계 개편을 예고한 상황이다. 현재 멤버십 가격은 월 9900원이지만 11월 1일 가입자부터 4000원 인상해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멤버십보다 영상 화질이 낮고 동시 스트리밍 가능 기기 수를 축소한 하위 등급 멤버십도 새로 추가하기로 했다.

디즈니플러스는 미국에서도 광고를 보지 않는 요금제 가격을 기존 10.99달러에서 13.99달러로 인상했다. 지난 2019년 서비스 출시 당시 가격인 6.99달러와 비교하면 두 배 오른 셈이다.

앞서 넷플릭스도 한국 시장에서 요금을 기습 인상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11월부터 스탠다드 요금제를 월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올렸고, 프리미엄은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각각 12.5%, 17.2% 인상했다.

이처럼 OTT 업체들이 일제히 요금인상을 단행하면서 스트리밍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1년 사이 OTT들의 무광고 요금제 가격이 평균 25% 폭등했다”고 지적했다.

서비스 출시 초반 가입자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OTT 업체들은 시장경쟁 심화로 점차 이용자 수가 정체 국면에 이르자 수익성 개선을 위한 방편으로 요금인상을 선택하고 있다.

실제로 디즈니플러스는 올 2분기(1월1일~4월1일) 전 세계 구독자 수가 400만명 감소했다. 전 분기에도 240만명이 빠져나가 2019년 서비스 론칭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구독 유도를 위한 마케팅을 축소하고 전체 직원의 3%인 7000명을 해고하는 인력 감축안을 발표하며 비용 절감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2분기 글로벌 신규 구독자 수가 시장 예상치였던 182만명을 훌쩍 뛰어넘는 590만명을 기록했지만 정작 매출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2분기 매출액은 81억8700만 달러로, 시장 전망치인 83억달러를 밑돌았다.

OTT 업체들 간의 콘텐츠 투자 경쟁이 심화한 것도 요금인상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넷플릭스는 앞서 요금을 올리면서 그 이유로 콘텐츠 투자를 제시한 바 있다. 직접 제작하는 콘텐츠 개수를 늘리고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OTT 업체들이 요금인상에 거침없이 나서는 배경에는 가격을 올려도 구독자가 이탈하진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 깔렸다. 그만큼 최근 OTT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률은 2020년 66.3%에서 2022년 72%로 상승했다. 유료 결제 이용자 비율도 55.9%에 달한다.

또한, 대다수의 이용자들이 여러 개의 OTT에 복수 가입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테일·굿즈(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의 43.9%는 다른 OTT를 중복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즈니플러스 가입자의 중복 이용률은 82.5%로 가장 높았다. 하나의 OTT만 이용하기보다 쿠팡플레이, 티빙, 웨이브 등 여러 OTT를 함께 이용하는 것이 대세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OTT 업체들의 경쟁적인 요금인상이 결국 복수의 OTT를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구독 취소로도 이어질 수 있지만 ‘스트림플레이션’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OTT 서비스 출범 초반에는 저마다 가입자 확보와 매출 증대를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며 경쟁을 벌였지만 이제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신규 가입자 유치는 물론 기존 가입자 유지를 담보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오리지널 콘텐츠보다 요금인상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략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일 기자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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