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산공장 생산라인. [현대차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던 현대자동차 노사가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는 데 성공하면서 5년 연속 무분규 합의에 성공했다. 현대차가 부분파업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나면서 노사 협상을 진행 중인 기아, 현대모비스, 금호타이어 등 완성차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12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열린 21차 임단협 교섭에서 2023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주요 내용은 ▷기본급 4.8% 인상(11만1000원) ▷2022년 경영실적 성과금 300%+800만원 ▷‘세계 올해의 자동차’ 선정 기념 특별격려금 250만원 ▷2023년 하반기 생산·품질·안전 사업목표달성 격려금 100% ▷2023년 단체교섭 타결 관련 별도합의 주식 15주 ▷전통시장상품권 25만원 지급 등이다. 이는 전년 대비 연봉 인상률의 12% 수준이다.

이로써 현대차 노사는 2019년 이후 5년 연속 무분규 잠정합의를 이뤘다. 1987년 노조 창립 이후 사상 첫 5회 연속 무분규 기록이다.

노조 측의 별도 요구안이었던 해고자 복직은 현 집행부의 임기 말인 12월 말까지 확약했으며 정년 연장의 경우 정부 정책과 법 개정 상황 등을 지켜본 뒤 내년 상반기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노사 협상을 바라보는 고객과 협력사 등 많은 이해관계자의 걱정과 관심 속에서 노사가 대화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며 “고객들의 변함없는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도록 노사가 함께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잠정합의에 따라 현대차 노조는 이날부터 이틀 동안 시행 예정이었던 4시간 부분파업을 취소했다. 오는 18일 잠정합의안 수용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과반 이상 찬성표가 나오면,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최종 타결하게 된다.

업계는 현대차 노사의 이번 무분규 임단협 합의가 산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아 노조는 현재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급 지급, 주4일제 및 중식시간 유급화, 만 64세까지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회사 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기아 노조는 지난 8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을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82.5%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한 바 있다.

현대모비스 역시 14일 7시간 부분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현대모비스의 생산 자회사인 모트라스와 유니투스는 지난 5일과 6일 하루 8시간씩 파업을 단행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도 지난 8~9일 이틀에 걸쳐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조합원의 79.48%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철강업계에는 현대제철이 파업권을 획득한 상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각종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사실상 파업의 포문을 여는 것 같은 모양새로 비치는 것은 대기업으로서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완성차 업계 맏형 격인 현대차 노사가 무분규 합의에 물꼬를 트는 데 성공한 만큼 이번 사례가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