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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부, 일회용컵 보증금제 지자체 자율에 맡긴다..."전국 시행 철회"
제주·세종 성과에도 제도 개정 추진…지자체 자율로
국내 일회용컵 사용량 '수백억 개'…작년 16개 브랜드서 7억2000개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들이 7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여부를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일회용 컵 사용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제주와 세종에서 보증금제가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장관이 공언한 제도 전국 시행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환경부는 제주와 세종 성과를 1년간 모니터링해 전국 시행일을 정하기로 했는데 전국 시행을 사실상 포기하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말 바꾸기 논란’이 예상된다.

환경부는 자원재활용법을 고쳐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여부를 지자체가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또, 세종과 제주 외 지역에선 2025년 12월 2일 전 보증금제를 시행하도록 규정한 ‘1회용 컵 보증금 대상 사업자 지정 및 처리지원금 단가 고시’ 개정도 검토하고 있다. 국정감사 전 환경부 방침을 확정할 예정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여부를 지자체 자율에 맡기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은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이 지난달 대표발의해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소상공인 부담과 제도 미적용 매장과 형평성이 개정안 발의 이유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제과점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으려면 보증금 300원을 내도록 하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일회용 컵 재활용률을 높이고 사용량은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법대로면 작년 6월 10일 전국적으로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시행됐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와 여당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이유로 반발했고 결국 환경부는 시행을 6개월 미뤘다. 이후 지난해 12월 2일 제주와 세종에서만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했다. 단, 제도 시행 유예와 지역 축소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

이에 감사원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유예 과정 공익감사를 통해 “현재까지 제주와 세종에서만 보증금제가 시행돼 자원재활용법상 시행일을 준수하지 못했고 법 취지가 충분히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경부 장관에게 “보증금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시행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감사원 요구와 달리 아예 법을 바꿔버리겠다고 나섰다. 금강·영산강 보 해체·개방 결정에 대해 “국정과제로 설정된 시한에 맞춰 무리하게 마련된 방안”이란 취지의 감사 결과에 대해 “존중한다”던 입장과는 정반대다.

커피 매장 내 일회용컵 [헤럴드경제 DB]

특히 환경부 입장과 달리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일회용컵 사용량은 2019년 기준 294억개다. 식품접객업이나 집단급식소에서 사용된 일회용 컵은 84억개(종이컵 37억개·합성수지컵 47억개)로 추정됐다. 16개 커피 전문 브랜드에서 지난해 사용된 일회용 컵은 7억2702만여개에 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약 5억4957만개)와 비교해 2억개 가까이 증가했다. 2020년(약 7억1406만개), 2021년(약 6억7916만개)와 비교해도 지난해 사용량이 많았다. 이에 비해 지난해 16개 브랜드에서 회수된 일회용컵은 사용량의 9%인 약 6430만개였다.

[환경부 제공]

게다가 이미 제도를 시행 중인 세종과 제주의 성과도 괜찮다. 실제 제주와 세종에서 지난달까지 약 314만개 일회용 컵이 판매업장에 돌아왔다. 사용량 대비 반환량인 반환율은 지난달 둘째 주 61%로 시행 첫 달 12%에서 급상승했다. 관광객이 많아 제도 정착이 어렵다던 제주의 반환율도 6월까지 30%대에 그쳤지만 7월 50%로 올라섰고 지난달 둘째 주엔 63%로 치솟았다. 제주시가 6월부터 보증금제 미참여 매장에 과태료 부과를 단행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성공 사례를 보고 보증금제 도입에 나서는 지자체도 있다. 서울시가 오는 2025년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하겠다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자체에 보증금제 시행 결정권을 넘겼을 때 모든 지자체가 적극적일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환경운동연합이 최근 평가한 ‘전국 지자체 일회용품 대응 계획’의 평균 점수는 5점 만점에 2.63점에 그쳤다. 또 선거로 지자체장이 바뀔 수 있는 만큼 지자체장이 조례로 규제를 도입하긴 쉽지 않다.

한편, 플라스틱 규제는 세계적 추세다. 전 세계 국가 14%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법으로 금지한다. 대표적으로 프랑스는 2021년 식당 등에서 의료목적을 제외한 일회용 컵과 컵 뚜껑 등의 사용을 금지했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도 마련키로 했고, 한국은 최종 회의까지 유치한 상황이다. 하지만 환경부 관계자는 “카페의 부담과 컵 무인회수기 설치비 등 (보증금제 시행) 비용이 효과를 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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