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 매각가…3개사 자금력 부족
HMM이 보유하고 있는 선박 드림호. [HMM 제공]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HMM 적격인수후보로 선정된 3개 그룹이 2개월간 본격적인 실사 절차에 돌입했다. 위기 상황에 막대한 자금 투입이 필수적인 해운산업의 특성상 향후 인수전의 향방은 각 기업이 보유한 ‘자금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하림·LX·동원 등 3개 그룹은 지난주부터 본격적인 실사에 들어갔다. 우선 HMM 측이 제공하는 가상 데이터룸(VDR) 방식을 통해 회사 재무 상태와 사업 내용 등을 전달받고 실사를 진행한 후, 별도의 경영진 인터뷰를 진행한다.
유력 인수 후보인 하림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JKL파트너스와의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EY한영을 통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원그룹의 실사는 삼정KPMG, LX그룹은 삼정KPMG를 자문사로 선정했다.
해운업계는 본입찰을 10월 말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 실사 기간을 6주 정도로 잡고, 추석과 한글날 연휴를 더한 기간이다. 이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계약 체결이 이뤄지면 연내 매각을 마무리하게 된다.
물류 분야의 시너지 기대감은 3사가 공통적이다. 하림그룹은 현재 국내 최대의 벌크 선사인 팬오션을 보유하고 있다. HMM을 인수하면 컨테이너선 사업까지 확대할 수 있다. HMM이 포트폴리오상 벌크선 사업을 운영하지 않아, 사업 확장 가능성은 더 크다.
LX그룹은 종합상사인 LX인터내셔널과 물류대행사 LX판토스를 거느리고 있다. HMM을 인수하면 육상과 해상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LX판토스는 HMM의 컨테이너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원그룹은 동원로엑스 등 육상 물류 계열사,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등 항만을 보유하고 있다. HMM의 강점인 해상운송이라는 마지막 단추를 맞춰 종합 물류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관건은 자금력이다. 3사 모두 자력으로 HMM을 인수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재계 27위 하림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약 1조6000억원이다. LX그룹(44위)은 2조4000억원, 동원그룹(54위)은 6000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HMM의 매각 가격이 최소 5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만큼 매각 가격을 맞추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후보 기업들이 HMM을 인수한 후, HMM의 보유한 현금을 활용해 자사의 부채를 상환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6월 말 기준 HMM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2조3000억 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로 거둔 막대한 영업이익으로 축적한 금액이다.
김경배 HMM 대표는 이 금액을 “회사 성장에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강해진 해운업계 환경규제에 맞춰 친환경 연료 선박으로 대체하려면 대규모 투자가 시급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HMM을 인수한 기업이 최대 주주로 등극해 HMM의 현금 자산을 활용하면 이런 청사진은 무산될 수도 있다.
LX그룹이 LG그룹이나 GS그룹의 지원을 받을 것이란 예측도 제기된다. 특히 선대 구본무 회장의 셋째 동생인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오랜 시간 LG전자 등 LG 계열사에 머무르면서 2.04%(321만주)의 지분을 갖고 있다. 구 회장의 아들인 구형모 LX MDI 부사장도 LG 지분 0.6%(11만8191주)를 보유하고 있다. 시가로 따지면 약 3000억원에 달한다.
업계는 LG그룹 입장에서도 LX의 HMM 인수를 통한 전략적 시너지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LX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X판토스는 범LG 계열사 전반에 걸쳐 물류사업을 도맡고 있다.
다만 본입찰이 유찰될 수 있다는 우려는 꾸준하다. 매각이 유찰될 경우 매각 걸림돌로 지목됐던 영구채의 주식전환 원칙을 수정하는 발단이 될 수 있다. 더 많은 기업이 HMM 인수에 참여할 수도 있다. 매각 가격이 저렴해질 수 있어서다.
실제 2008년 몸값이 6조원대였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은 올해 한화그룹에 2조원에 매각됐다.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시도했을 당시 2조5000억원 수준이었으나 대한항공은 1조5000억원에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산은 입장에서는 당장 HMM을 매각하지 않아도 되고, 적합한 인수 후보자를 찾는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면서 “공개 매각이 무산되면 물밑에서 인수 희망 기업을 찾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입찰로 전환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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