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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자립 사활’ 中 기업들...실적 악화에도 투자 늘렸다
中 146개 반도체 상장사, 상반기 순이익 58%↓
기업 70% 매출 줄었지만 80%가 연구개발 확대
‘美 제재 돌파’ SMIC “기술개발 지속해나갈 것”
지난 2021년 3월 중국 상하이 반도체 전시회에서 한 남성이 반도체 장비기업의 전시 부스를 구경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상반기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대중 첨단기술 규제에 고삐를 조이는 가운데 빠른 시일내 반도체 공급망 자립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중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관련 150여개 기업 중 70%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대비 감소했음에도,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한 기업이 무려 80%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SMIC는 실적과 무관하게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SMIC의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13% 감소했고 순이익은 52%나 떨어졌다. 하지만 이 기간 연구개발 지출은 오히려 5%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오하이쥔 SMIC 공동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결산발표회에서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SMIC는 화웨이가 내놓은 5세대(5G)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탑재된 7나노(㎚·10억분의 1m) 반도체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도 상당한 기술자립을 이뤄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닛케이는 “SMIC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전했다.

이처럼 저조한 실적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움직임은 반도체 분야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20년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국제 반도체엑스포에서 참관객들이 SMIC 부스를 구경하고 있다. [로이터]

지난 1~6월 중국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실적은 스마트폰과 PC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크게 악화됐다. 중국 남부 저장성의 한 매체에 따르면 중국의 146개 반도체 관련 기업의 상반기 매출 합계는 2201억위안(40조42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 감소했다. 순이익 역시 153억위안(2조7835억원)으로 전년보다 58% 줄었다. 매체는 “70%가 넘는 기업들의 실적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설계 관련 기업들의 경우 디지털 반도체와 아날로그 반도체 분야에서 매출액 합계가 10% 넘게 감소했다. SMIC를 포함한 반도체 제조 6개사의 매출도 이 기간 11% 감소했고 순이익은 62% 줄었다.

저조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연구개발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관영 증권일보는 상반기 반도체 기업 중 80%에 가까운 기업들의 연구개발 지출이 전년동기에 비해 늘어났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도 새로운 투자 펀드를 출범할 예정으로 알려진다. 이달 초 로이터는 중국 정부가 반도체 자급자족을 달성하기 위해 3000억위안(54조5790억원)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014년과 2019년에 출시된 1389억위안과 2000억위안의 반도체 투자 펀드 규모를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화웨이와 SMIC 등 반도체 설계기업과 제조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미국의 제재망을 뚫고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꾀하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구상이다.

중국 반도체협회 집적회로설계분회 이사장인 웨이샤오쥔 칭화대 교수는 “미국의 대중 규제는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의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중국에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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