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초대형 LNG선 기술력 인정
한국 선도한 LNG선 위상 흔들릴 우려
중국 후동 중화조선소가 건조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의 모습 [후동 중화조선소 홈페이지]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K조선이 선도해 온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시장에서 중국이 경쟁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로 초대형 LNG선 분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기술 승인을 해준 주체가 미국이라 최근 미·중 갈등 속 이 같은 반전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LNG선 분야는 한국 조선이 주도하는 사업이었지만 중국의 기세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한국이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중국 후동 중화조선소는 최근 미국선급(ABS)과 노르웨이선급(DNV), 로이드선급(LR) 등으로부터 27만1000㎥급 LNG 운반선에 대한 개념승인(AIP)을 받았다. 이는 현재 건조되고 있는 가장 큰 LNG선(26만6000㎥급)보다 5000㎥ 큰 세계 최대 규모다. 표준 선종으로 자리 잡은 17만4000㎥급과 비교해 용량을 50% 이상 늘린 것이다.
개념승인은 설계안에 대한 원칙승인으로 주로 실적이 없는 기술 등을 분석·평가해 신뢰성과 타당성을 명확히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중국이 초대형 LNG선에 대한 설계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전 세계적인 LNG 수요 확대로 많은 양의 가스를 한 번에 운송할 수 있는 초대형 LNG선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데 따른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LNG선은 통상 운송 용량이 20만㎥를 넘으면 초대형 선박으로 분류한다. 2000년대 초반 카타르가 대규모 LNG 생산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발주를 시작해 Q-플렉스(21만㎥급), Q-맥스(26만㎥급) 등 Q클래스로 불린다. 초대형 LNG선은 표준 LNG선보다 비싸면서도 건조 기간에는 큰 차이가 없어 수익성이 큰 알짜 사업으로 손꼽힌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22년 인도한 20만㎥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HD한국조선해양 제공] |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Q클래스 LNG선 건조 경험이 있는 업체는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3사가 전부다. 이에 초대형 LNG선 분야는 K조선의 수주 텃밭이었다. 그러나 중국 조선사의 이번 개념승인 획득으로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후동 중화조선소 측은 선박의 운영 효율성과 친환경성 등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진보된 설계를 바탕으로 향후 초대형 LNG선 수주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중국의 기술 발전은 카타르와 미국 등 주요 LNG 생산국이 대대적인 물량 확장을 추진 중인 가운데 나와 더욱 주목된다. 끝나지 않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LNG 해상 운송 수요도 늘어나고 있어 향후 초대형 LNG선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세계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준 국내 조선업계는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이어가고 있으나 최근 들어선 이 시장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 2021년 7.8% 수준이었던 중국의 LNG선 수주 점유율은 지난해 29.7%까지 올라섰고 올해 더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연도별 신조선 수주 비중 추이 [클락슨리서치 자료, 헤럴드경제 DB] |
이에 전체 시장 점유율 격차도 벌어지는 추세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한국의 신조선 수주 비중은 27.1%로 전년 동기(36.2%) 대비 크게 줄었다. 중국은 같은 기간 46.1%에서 58.4%로 점유율을 키웠다. 지난 8월 한 달간 우리 조선사의 수주가 다소 부진한 영향이 크지만 한국이 중국에 수주 1위 자리를 뺏긴 2019년 이후 1·2위의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는 경향은 뚜렷하다.
다만 우리 조선 3사가 약 40척 규모의 카타르 LNG 2차 프로젝트를 조만간 체결할 것으로 점쳐지고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확보하고 있는 모잠비크 LNG선 물량도 빠르면 연내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격차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디지털 전환 측면에서도 중국은 우리나라를 빠르게 쫓아오고 있다”면서 “고부가가치 영역에서의 기술 우위를 이어가기 위해 적극적인 연구개발(R&D)과 함께 견고한 기술인력 양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