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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아들 짝 찾아요” 자녀 대신 선보는 부모들…신개념 결혼풍속도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 일본 오사카 사카이상공회의소의 한 회의장. ‘커플 매칭’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는 이곳의 참가자들은 대부분 중년의 남녀다. 통상적인 중매 이벤트와 다른 점이 있다면 상대와 자신의 직업이나 취미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신 자신들의 ‘미혼 자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 실제 80대의 한 남성은 마주앉은 49세의 아들을 소개하고, 한 60대 여성은 초등교사인 30대 아들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이 행사에 참가비는 1만4000엔(약 12만원). 목표는 한 가지다. 바로 ‘자녀의 짝을 찾는 것’이다.

최근 CNN은 결혼이나 출산을 기피하는 젊은이가 증가하는 가운데 일본에서 이같이 부모가 자녀 대신 짝을 찾아주는 중매행사들이 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치솟는 생활비와 암울한 경제전망으로 인해 ‘결혼해서 아이를 갖겠다’는 일본인들이 줄고 있다”면서 “부모들은 ‘손주가 생기지 않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느끼며 (자녀의 결혼에) 개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약 20년간 중매행사를 진행해왔다는 한 여성은 “과거 부모들은 이러한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부모가 이런 식으로 자녀 결혼을 도와도 괜찮다는 생각이 널리 확산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손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부모들의 걱정은 결코 ‘기우’만은 아니다. 실제 일본에서는 결혼과 출산율이 계속해서 줄고 있다. 지난 2021년 등록된 혼인 건수는 50만1116건으로, 1945년 세계 2차대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1970년대와 비교해도 절반에 불과하다. 여기에 결혼 연령마저 올라갔다. 2021년 기준 일본 남성의 평균 결혼 연령은 34세로 1990년 29세에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여성은 27세에서 31세로 올라갔다.

덩달아 출산율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출산율은 1.3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출산율은 2.1명이다.

[로이터]

전문가들은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먼저 결혼율을 높이는 것이 먼저라고 목소리를 모은다. 제임스 레이모 프린스턴대학 동아시아학 전문가는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적게 낳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배경으로 높은 생활비와 그에 비에 낮은 임금, 지나치게 긴 노동시간 등을 꼽았다. 레이모는 “일주일에 70시간을 일하면 당연히 마땅한 배우자를 만나기 어렵다”면서 “이 나라는 독신생활을 가능한 한 쉽게 할 수 있도록 고안된 나라”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여성의 경우 ‘식구를 돌보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가부장적 사회 속 부담감 역시 결혼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 결혼중매인은 “일본은 법적으로 남녀가 평등하기는 하지만 현실에서 여성은 여전히 아이를 낳고 키워야 하고, 남성은 밖에서 일해야 한다는 깊은 믿음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매체는 이 같은 저출산 기류 속에 많은 부모가 손주를 보기 위해 자녀 대신 중매행사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녀 대신 결혼 상대를 골라야 하는 상황에서 부모들은 손주에 대한 열망보다 자녀가 우선이 돼야 한다고 거듭 조언했다.

한 중매업계 관계자는 “부모끼리 마음이 통해도 자녀들이 서로 마음에 들어야 한다”면서 “또한 부모들이 아무리 손주를 갖고 싶어해도 자녀들이 아이 가질 마음이 먼저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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