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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으로 점유 빼앗은 건물 다시 뺏긴 뒤 소송…대법 “청구 불가”
공사대금 못 받고 있던 시공업자가 건물 점유
유치권 두고 다투다 부동산관리업체가 빼앗아
며칠 뒤 시공업자가 용역 동원해 다시 점유
이후 부동산관리업체 소송…1·2심에서 패소
대법원, 상고기각 판결 확정
“점유상호침탈, 회수청구 허용 여부 법리 첫 판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헤럴드DB]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상대방을 건물에서 내쫓고 점유하던 중 다시 점유를 빼앗겼더라도 상대방에게 법적으로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8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부동산관리업체 A사가 시공업자 B씨 등 2명을 상대로 낸 건물 명도(인도) 소송 상고심에서 지난달 18일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B씨는 충북 청주시의 한 건물 신축공사 대금 29억5000만원을 받지 못하자 2012년 10월부터 건물을 점유하며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유치권은 채권에 대해 변제를 받을 때까지 물건 등을 점유할 수 있도록 하는 민법상 권리다.

그러던 중 유치권 문제와 관련해 A사의 대표이사는 2019년 5월 B씨를 만나 말다툼을 했고 B씨 얼굴을 폭행했다. 이튿날 다시 B씨를 찾아갔고, 위협을 느낀 B씨는 그 다음날 건물에서 퇴거했다. 그때부터 A사는 건물을 단독 점유하기 시작했다.

다시 나흘 뒤 B씨는 약 30명의 용역 직원을 동원해 해당 건물 내부로 들어간 다음 A사 직원들을 내보내고 다시 건물을 점유하기 시작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A사는 B씨 등을 상대로 민법 204조 1항에 따른 건물 점유 회수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조항은 점유자가 점유 침탈을 당한 때 그 물건의 반환 및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고, 2심도 1심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A사가 먼저 이 사건 건물의 점유자인 B씨 점유를 침탈한 이상, B씨의 점유 회수 행위가 A사에 대해 점유 침탈에 해당한다는 점을 이유로 점유 회수 청구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A사가 불복해 상고하면서 대법원이 사건을 심리했다. 대법원에서 쟁점은 상대방으로부터 점유를 위법하게 침탈당한 점유자가 상대방으로부터 점유를 다시 탈환한 경우 그 상대방에게 민법상 점유 회수 청구가 허용되는지 여부였다.

하지만 대법원도 A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대방으로부터 점유를 위법하게 침탈당한 점유자가 상대방으로부터 점유를 탈환했을 경우, 상대방의 점유 회수 청구가 받아들여지더라도 점유자가 상대방의 점유 침탈을 문제 삼아 점유회수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다시 자신의 점유를 회복할 수 있다면 상대방의 점유 회수청구를 인정하는 것이 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경우 점유자의 점유탈환행위가 민법상 자력구제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은 자신의 점유가 침탈당했다는 이유로 점유자를 상대로 점유 회수를 청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B씨가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점유를 취득한 것은 A사의 사실적 지배를 빼앗은 것으로 A사에 대한 점유 침탈에 해당한다”며 “하지만 그에 앞서 A사가 그보다 나흘 전 B씨 의사에 반해 단독으로 점유를 시작한 것 역시 B씨에 대한 점유 침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씨의 점유탈환행위가 민법이 정한 자력구제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 하더라도 먼저 점유를 침탈한 A사는 점유 회수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학문적으로 논의됐던 이른바 ‘점유의 상호침탈’ 사안에서 점유 회수 청구의 허용 여부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판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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