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두둑하게 수주잔고 채울 기회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20년 인도한 17만㎥급 LNG 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 [HD현대중공업 제공]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바다 위 LNG(액화천연가스) 터미널’로 불리는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FSRU)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폴란드가 최근 FSRU 프로젝트 입찰을 시작한 가운데 싱가포르도 FSRU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에는 수익성 좋은 사업으로 수주잔고를 채울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7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LNG(SLNG)는 LNG 수입 확대를 통한 탈탄소화를 가속하기 위해 FSRU 도입을 추진한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열리고 있는 가스·에너지 산업 전시회 ‘가스텍 2023’에선 SLNG가 조만간 FSRU 입찰을 진행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FSRU는 LNG선의 가스를 액체로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재기화해 해상 배관을 통해 육상에 공급할 수 있는 설비다. 육상 LNG 터미널 대비 필요 부대설비가 많지 않아 초기 투자비용이 적고 공사기간이 짧아 LNG 터미널의 대체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싱가포르의 이번 프로젝트 추진은 FSRU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국내 조선업계에는 최근 폴란드의 FSRU 입찰 돌입에 이은 희소식이다.
폴란드 국영 가스기업 가즈시스템은 지난달 말 17~18만㎥급 LNG FSRU 1기 발주를 위한 입찰을 시작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2027년 8월까지 인도 후 2028년부터 가동하는 조건으로 진행된다. 단가는 약 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FSRU는 대표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고도의 기술력을 요해 국내 조선사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실제 각 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FSRU 50척 가운데 34척을 우리 조선사가 따냈다. 기업별로 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12척, 삼성중공업이 10척을 수주했다. 아직 입찰제안 단계지만 폴란드 FSRU 1기를 두고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경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FSRU의 가격은 척당 최대 3억5000만달러(4674억원) 수준으로 LNG선 대비 5000만달러 이상 비싸다. 우리 조선사가 수주를 성사시킬 경우 1기 수주만으로도 잔고를 두둑하게 채울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다소 부진했던 국내 조선사의 수주 실적을 만회할지도 주목된다. 조선 3사는 근래 수주 시장에서 주춤하고 있다. 수익성이 높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는 영향이 크지만 LNG선,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 선박 시장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은 확대되는 추세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신조선 수주 비중은 13%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82%의 높은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지켰다. 1~8월 누적으로도 우리나라의 수주 비중은 27%로 쪼그라들었고 중국은 58%로 확대됐다.
다만 조선 3사가 약 40척 규모의 카타르 LNG 2차 프로젝트를 조만간 체결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3사는 모두 올해 수주 목표를 거뜬히 초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각 사는 목표 달성 이후로도 수익성 좋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수주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조선가는 2008년 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수주 모멘텀도 양호하다”며 “더 이상 저마진 수주는 없을 것으로 전망되며 벌크선을 제외한 모든 선종에서 5~1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실적 성장이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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