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지헌 기자, 나믹스·삼성전자·SK하이닉스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AI 칩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칩 시장 기대감이 지속적으로 커지는 가운데, 관련 메모리 칩의 핵심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이 반드시 일본 소재 기업들과 협력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기업 최초 시가총액 1조달러(약 1300조원) 시대를 연 엔비디아의 AI용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한국 기업을 등에 업은 일본 기업들이 뒤에서 ‘조용한 수혜’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3 관련 핵심 기술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각각 일본의 ‘레조낙’과 ‘나믹스’라는 회사에서 주요 소재를 공급받고 있다. HBM3는 HBM 제품 중 4세대에 해당하는 것으로, 현재 엔비디아의 최첨단 GPU인 ‘H100’에 탑재되며 요즘 가장 각광받고 있는 메모리 칩으로 분류된다.
이 HBM은 D램 칩들을 수직으로 쌓고 실리콘관통전극(TSV) 공법을 통해 연결해 만든다. 그런데 이렇게 위와 아래로 쌓인 칩들을 TSV 공법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 범프(반도체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구 형태의 돌기)를 활용하게 되는데, 이 때 중요한 것이 범프 간의 공간을 메우는 작업이다.
삼성전자는 일본 레조낙에서 받아온 ‘논컨덕티드필름(NCF)’을 넣어 빈틈을 메꾼다. 칩 사이에 NCF라는 절연 필름(에폭시와 아크릴이 혼재)을 덧대고, 여기에 열과 압력을 가해 위 쪽을 꾹 눌러서 붙여 절연 필름이 녹아 접착되도록 한다.
지난 7월 진행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이 기술의 강점을 특별히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훨씬 더 개선된 최첨단 NCF 소재를 새롭게 개발해 현재 양산 중인 HBM3 제품에 적용하고 있으며, 향산된 품질과 양산성을 확보하여 고객에 출하 중”이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 제공] |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매스 리플로우 몰디드 언더필(MR-MUF)’ 방식을 통해 HBM3를 만들고 있다. MR-MUF는 SK하이닉스가 최초로 개발한 기술로 현재도 SK하이닉스만 이 기술을 사용해 HBM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현재 양산 중인 HBM3을 넘어 내년에 출시 예정인 제품(HBM3E)에서도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MR-MUF 방식이 주효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MR-MUF 패키지는 반도체 칩을 회로에 부착하고 칩을 위로 쌓아 올릴 때 칩과 칩 사이 공간을 ‘에폭시몰딩컴파운드(EMC)’라는 물질로 채워주고 붙여주는 공정을 말한다. EMC는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주입된 ‘액체 형태 보호재’이다.
이 액체 형태의 보호재는 일본의 나믹스라는 기업에서 공급된다. 업계에 따르면 EMC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많지만, SK하이닉스의 HBM3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물질은 나믹스에서만 유일하게 공급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엔비디아가 양산하며 없어서 못팔 정도라는 첨단 GPU인 ‘H100’에 SK하이닉스의 MR-MUF 방식이 적용된 HBM3가 탑재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 정식 양산 계약을 체결하진 않았으나, NCF를 통해 만든 HBM3와 관련해, 연내 엔비디아 공급 가능성이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삼성전자까지 엔비디아 공급이 최종 확정되면, 삼성과 SK하이닉스 모두 관련 수혜를 누리게 될 전망이다. 동시에 이들 기업에 핵심 소재를 제공하는 일본 기업들의 입지 역시 한층 부각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일본 소재 기업과의 협력 다각화를 위한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일본 소재 기업들이 다양한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로부터 HBM 관련 소재 공급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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