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근로자 계속고용 대책 없인 노인빈곤 심화 불가피
使 "계속고용" vs 勞 "정년연장"...'계속고용 로드맵' 난항
일하는 노인 늘면서 정부 '고령자계속고용지원금' 예산만 확대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국민연금 수급연령을 점진적으로 68세까지 늘리는 연금개혁 방안이 제시되면서, 현행 법정 정년이 유지될 경우 연금을 받기 전 소득이 없는 ‘소득 크레바스’ 기간도 3년 더 늘어나게 됐다. 현재 60세까지인 법적 정년을 서둘러 늘리지 못한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를 기록 중인 65세 이상 노인인구 빈곤율은 더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가 60세 이상 생산가능인구를 늘리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재정만 늘고 있다. 실제 고령자계속고용장려금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21%이상 크게 늘렸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가 지난 8월 24일 경사노위 중회의실에서 제3차 회의를 진행했다. 연구회 좌장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이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제공] |
6일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발족한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는 오는 7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4차 회의를 열고 우리나라 임금체계 현황 및 개선과제와 일본의 계속고용 법제화와 임금체계 개편 사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회의 안건 전문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게 연구회 입장이다. 다만 논의는 경영계가 요구하고 있는 ‘계속고용’ 방식에 치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영계는 ‘일본식 계속고용’ 방식을 주장하고 있는데, 고령자가 희망하면 70세까지 지속해서 의무위탁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취업규칙 변경이 우리보다 자유로웠던 일본은 1998년 이후 법정 정년을 60세로 유지하면서도 2007년 65세까지 고용확보조치(계속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중 하나를 선택)를 의무화했다. 이후 2021년 고용확보조치의 나이를 70세로 연장했다. 일본 기업들은 고령자가 희망하면 70세까지 지속해서 의무위탁계약을 체결하는 제도(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해 고령자들이 기존 직무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상대적으로 비용부담이 적은 제도를 활용해 숙련된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제도에 협조했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노동계는 현행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 이상으로 늘리자고 주장한다. 일본식 재고용과 달리 ‘정규직’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임금 삭감’ 우려에서 자유롭다. 지난 2021년 일본 최대 노동조합인 렌고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직무급이 일반화 된 일본에서도 60세 이상 촉탁직 근로자 임금은 정년 전 임금의 63.8%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일본 방식을 따를 경우 현재 OECD 국가 중 노인인구 빈곤율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일하는 빈곤 노인이 늘 수 있다.
다만 한국노총이 지난 6월 경사노위 활동을 중단하면서 노동계 주장은 연구회 안건에 배제돼 있다. 지난 2, 3차 연구회 안건은 ▷인구구조 변화와 향후 인력수급 전망 ▷중장년 노동시장의 주요 특징 ▷일본과 싱가포르의 계속고용 및 고용촉진 정책 ▷60세 정년 의무화의 영향 등이었다. 대신 한국노총은 지난달 16일 법률 개정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을 진행하는 등 ‘장외’에서 공론화에 나섰다. 만약 이달 15일까지 동의하는 이가 5만명을 넘어서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로 회부된다. 단, 이날 10시 현재 동의자는 3만3105명(66%) 수준에 그친다.
정부는 연내 55세 이상 인구를 노동시장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계속고용 로드맵’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재계가 선호하는 ‘계속고용’과 노동계가 요구하는 ‘정년연장’의 간극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간극은 결국 ‘임금’인데 이를 완충해 줄 직무급제 도입은 공공기관조차 부진하다. 현 정부는 임기 내 200개 공공기관에, 내년까지 100개 공공기관에서 직무급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고용부 산하 12개 기관에서도 직무급을 도입한 곳은 한국산업인력공단 한 곳 뿐이다. 근로복지공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은 간부에만 적용한다.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돼야 하는 고령 근로자들에 대한 비용이 정부 세금으로 전가되는 모양새다. 실제 정부가 고령 근로자 고용에 참여하는 기업에 주는 계속고용장려금은 3년 연속 늘었다. 지난 2022년 108억원(3000명)이던 계속고용장려금 예산은 2023년 올해 268억원(8193명)으로 크게 늘었다. 고용부는 이에 더해 내년 예산으로 326억원(1만493명)을 편성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2025년 이후 국민연금 수급시기가 점진적으로 68세까지 늘어날 경우 빈곤 노인에 대한 정부 재정 부담은 더 늘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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