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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보험재정 20% 국고지원' 법정 규정 내년에도 못 지킨다...직장인만 봉?
내년 국고지원금 1조4582억 늘린 12조4284억원 '역대 최대'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 상당 금액에 못 미치는 14.4%
서울시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모습. [뉴시스]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내년에도 건강보험재정의 20%를 국고로 지원토록 한 법정 규정을 지키지 못한다.

6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예산안을 보면 건보 가입자에 대한 내년 국고지원금은 12조천284억원이다. 올해 10조9702억원보다는 1조4582억원이 늘었다. 역대 최대 증액이지만 건강보험 가입자에 대한 국고지원 비율로 보면 법정 기준인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 상당 금액'에 크게 못 미치는 14.4% 수준이다.

물론 국회에서 정부예산을 심의하기 전인 만큼 이 예산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상황으로 봤을 때 윤석열 정부도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임기 첫 번째 예산에 이어 두 번째 예산안을 짜면서도 건보 재정에 대한 법정 국가지원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정부는 2007년부터 해당 연도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일반회계에서 14%,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각각 충당해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역대 정부를 통틀어 법으로 정해진 이 국고지원 비율을 지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시절에 평균 지원 규모는 각각 16.4%와 15.3%, 14% 등으로 오히려 갈수록 떨어졌다.

정부는 보험료 예상 수입액을 적게 산정하는 편법으로 연례적으로 축소해 지원해왔다. 예컨대 매년 예산편성 때 건강보험 지원 규모를 추계하면서 보험료 예상 수입액을 산정하는 3가지 핵심 변수인 보험료 인상률과 가입자 증가율, 가입자 소득 증가율 등을 모두 반영하지 않고 보험료 인상률만 반영해 과소 추계하는 식으로 건보료 예상 수입액을 낮게 잡아서 국고지원금을 하향 조정했다.

건보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 규정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시행 때 만들어졌다.

의약분업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들어간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의료수가(의료서비스 제공 대가)를 올리면서 건보재정이 악화했고, 그러자 2007년부터 건보에 대한 국고지원 법률 규정을 만들어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 규정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없어지도록 한 일몰제로 운영되며 2016년 말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1년간 한시적으로 연장된 뒤 2022년 12월 31일까지로 다시 5년 더 늦춰졌다. 국회에서 여야가 법 개정에 실패하며 더 연장되지 못하고 2022년 말 일몰됐지만, 올해 3월 중순 여야가 건보 국고 지원을 2027년 12월 31일까지 5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 개정안에 합의하면서 가까스로 봉합됐다.

정부가 매년 법적으로 가입자에게 줘야 할 지원금은 제대로 주지 않지만 매년 4월이면 연례행사처럼 직장가입자를 대상으로 건보료를 정산해 미처 거두지 못한 보험료를 걷어간다. 건보료 정산은 전년도 보수총액을 기준으로 우선 부과한 그해 보험료와 실제 받은 보수총액으로 산정한 확정 보험료의 차액을 그 다음 해 4월분 보험료에 추가 부과 또는 반환하는 절차를 말한다.

직장인이 전년도 월급 등이 오르거나 호봉승급, 승진으로 소득이 늘었으면 더 걷지 못한 건보료를 추가로 징수하고, 반대로 임금이 깎여 소득이 줄어들었으면 더 많이 거뒀던 건보료를 돌려준다. 정산보험료는 그해 내야 했던 건보료를 다음 연도 4월까지 유예했다가 나중에 내는 것으로 보험료를 일률적으로 올리는 건보료 인상과는 다르다. 소득에 따른 공정하고 정확한 보험료 부과를 위한 것으로 2000년도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가 가입자한테는 건보료 납부의 책임을 엄격하게 물으면서 정작 법으로 정해진 의무는 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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