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연기 모터 2개로 운휴시간 단축
“고품질제품 활성화, 흑자폭 늘릴것”
동국제강 당진공장에서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후판 [동국제강 제공] |
쇳물을 녹이는 고로가 없어도, 동국제강 당진공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고로만큼이나 매서운 열을 내뿜는 ‘가열기’가 평균 1170~1250℃ 사이의 온도로 유지되고, 빨갛게 달궈진 쇳덩이는 라인을 통해 분주하게 오고 간다. 공장 안은 가만히 서 있어도 온몸에 땀이 맺힐 정도로 후텁지근했다. 섭씨 30℃인 바깥 날씨가 선선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뜨거운 공장 안의 열기만큼이나 오퍼레이터들의 작업은 분주했다. 작업자들이 식당에 갈 여유가 없어 도시락으로 공장 안에서 식사를 할 정도였다.
지난 8월 30일 충청남도 당진에 위치한 동국제강 당진공장을 찾았다. 당진공장은 철강 중간재를 가공해, 고부가가치 철강제품인 ‘후판’을 생산하는 곳이다. 동국제강의 흑자 전환에 가장 크게 기여한 만큼 동국제강의 핵심 공장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장에서 만난 이금재 동국제강 당진공장 후판생산팀 부장은 “공장안이 뜨겁지만,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는 이유”라며 밝게 웃었다.
당진공장은 지난 2007년 건설을 시작해, 2010년 준공된 최신 후판 전용 공장이다. 연면적은 68만7600㎡에 달한다. 이곳에서 연간 생산하는 후판의 양은 150만t 규모로 800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107척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후판은 선박제조용 철강제품으로 잘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해상풍력 발전과 압력용기(저장탱크) 용도에 사용되는 등 대상이 확장되고 있다. 이 때문에 봉강이나 형강 등 다른 철강제품보다 ‘고수익 품목’에 해당한다.
당진공장에서 만드는 후판은 특히 ‘고수익·고부가 가치’ 제품이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제품을 주문받고 생산·배송까지 최장 7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동국제강은 ‘후판 업계의 쿠팡’ 같은 방식으로 수익성을 제고하는 데 성공했다.
모터가 2개 들어간 ‘압연기’의 운휴 시간을 줄인 것이 첫 번째 비결이다. 가열기에서 ‘리히팅 퍼니스(REHEATING FURNACE)’를 마치고 1000℃이상 뜨겁게 달궈진 슬라브는 위아래로 일종의 밀대가 들어간 ‘압연기’를 여러 차례 오가며 고객의 요구에 맞는 두께로 조정된다.
이 과정에서 동국제강은 한 번에 여러 제품을 작업할 수 있도록 했다. 제품이 한 차례 압연기를 통과하고 다른 공정을 거치는 시간에 또 다른 제품을 작업하도록 했다. 제품이 압연기를 오가는 시간도 최소화했다. 덕분에 품종 다변화와 빠른 제품 출고가 가능해졌다.
김지탁 동국제강 당진공장 공장장(상무)은 “전날 고객이 요청한 제품을 밤새 작업하고 식힌 후, 바로 배송해서 이틀 만에 인도한 적도 있다”면서 “물류파업이 있었던 작년을 제외하고 빠른 제작 과정과 정시배송을 자랑한다”고 자신했다.
오랜 기간 후판을 생산하며 쌓은 노하우로 다양한 품종을 생산하는 것도 남다른 경쟁력이다. 현재 동국제강 당진공장은 일반강·고급강(특수선·해양구조물·초대용 선박용) 등 다양한 강종을 만들고 있으며, 다양한 규격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특히 얇은 후판을 의미하는 ‘극박물 후판’은 6㎜ 두께 수준을 의미하는데, 동국제강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5㎜나 4.5㎜ 수준까지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100㎜ 이상의 극후물 후판이나, 최대 4.9m 크기의 광폭 후판까지 제작하고 있다. 같은 제품 내에서 두께를 다르게 한 ‘DK-LP Plate’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특화 제품을 통해 동국제강은 후판 분야에서 고수익 사업화에 성공했다. 이 공장장은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과거에는 30% 수준으로 유지했지만, 지금은 60~70% 비중까지 높이면서 수익성을 극대화했다”면서 “점차 고수익 제품의 비중을 확대하며 흑자 폭을 늘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미래 사업 준비도 활발하다. 두 가지 이상의 다양한 금속을 넣어 만든 ‘클래드(Clad)’ 후판과 스테인리스를 넣어 부식에 더욱 강한 ‘스테인리스 후판’ 개발도 이미 마쳤다.
최근 후판이 조선업을 넘어 플랜트와 파이프, 저장탱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는 상황에서 미래 가치가 높은 제품들이다. 수익성을 높이고, 근로자들의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오는 2025년까지 공장의 자동화 작업도 병행한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후판사업이 조선업 불황기를 겪으면서 많은 부침을 겪었고, 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제품 개발에 나섰다”면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진=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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