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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001% 가능성 있든 없든 간다”...교묘해진 테마주 유혹
초전도체·맥신·양자컴 등 과학株
제2의 테슬라·에코프로 찾아 들썩
단타보다는 장기투자 염두에 둬야

테마주 열풍이 거세다. 올해 증시를 크게 출렁이게 했던 테마주는 초전도체, 맥신, 양자컴퓨터 등 모두 과학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과학은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테마주에 과학이 가미될 경우 일반 테마주에 비해 투자자들의 경계심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맹목적 신뢰로 이어질 공산이 큰데, 투자자들이 이들 테마주에 ‘현혹(?)’될 개연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들 종목에 투자한 이들은 사실로 최종 입증되거나 상용화되기만 한다면 언제든 주가가 급등할 수 있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과학 테마주’는 뭔가, 논문까지 찾는 투자자들=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논문 검색 열풍이 불고 있다. ‘과학 테마주’를 찾기 위해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에 접속해 새로 나온 논문이 없는지 살피고 구글 스칼라(구글 학술검색)와 군소 과학 학술지도 참고한다. 글로벌 기업 테슬라와 코스닥 대장주 에코프로로 대표되는 신사업 주도주의 발견을 꿈꾸는 이들이다.

테마주의 대명사인 ‘정치 테마주’가 대선과 총선 사이 선거 부재 시기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과 비트코인, 2차전지주의 상승세가 잠잠해지면서 나만 뒤쳐지고 기회를 놓쳤다는 ‘포모(FOMO, Fears Of Missing Out) 증후군’이 유행처럼 번진 영향이 크다.

특히 상온 초전도체가 실존한다면 전기차 배터리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어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시기의 대상이었던 2차전지주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번지면서 테마주 광풍에 불이 붙었다. 2010년대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몰두했던 글로벌 신약개발 등 바이오주에 대한 모멘텀이 부재하면서, 이와 유사하게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하면서도 자극적인 새로운 테마주 재료로 투자심리가 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0.001%의 가능성을 믿고 수천만~수억원의 투자를 감행하는 것이 이성적인 투자방식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실 ‘위험한 테마주’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릴 수는 없는 만큼, 개인 투자자들이 정말 해당 종목의 미래를 보고 투자한다면 무조건 문제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본인이 해당 종목의 미래에 정말 확신을 갖고 있다면 3~10년의 장기투자를 계획하고 있어야 한다. 그 정도 각오가 없다면 사실상 본인도 확신하지 못하는 투기에 가깝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주식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증시 격언을 무시하고 자신이 보유한 종목에 대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식 투자’가 자행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최근에도 초전도체주 관련 게시판에는 “(초전도에 부정적인) 미국과 중국 과학자들이 한국 연구진을 시기하고 있다. 네이처의 부정적인 결론도 특정세력의 영향을 받은 것일 수 있다. 우리 연구진을 믿어야 한다”는 글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물론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오류없는 양자컴퓨터’에 활용할 수 있는 삼각격자 구조 물질을 세계최초로 발견해 네이처에 실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고, 상온 초전도체 물질인 ‘LK-99’에 대한 검증위원회 및 퀀텀에너지연구소의 발표도 남아있는 만큼 과학 테마주 자체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

다만 실체가 있더라도 상용화에는 수년~수십년이 걸리며, 해당 회사와 실제 관계가 있는 지는 개인 투자자들이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대놓고 단타 노리는 투자자들도...“관련주이건 아니건 관심없다”=‘다들 솔직해지자. 초전도체 관련주인지 큰 상관이 있나? 오르면 그만이다. 최고의 주식·최고의 로또, 테마주 투기가 최고다. 어쨌든 도박인 주식, 돈만 벌면 최고다’(온라인 투자 게시판)

최근 테마주 투자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일부 투자자들이 해당 종목의 수혜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기보다, 처음부터 단타 매매를 통한 빠른 차익실현을 명확한 목적으로 내건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그간의 학습경험을 통해 테마주는 결국 대주주를 중심으로 극히 일부만 수익을 내고 대부분의 개미들이 손실이 보는 구조라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지만, 그 ‘소수’에 속하고픈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상당수인 것이다. 이들은 “회사 성장에 도움을 주려고 테마주 뛰어든 사람들이 얼마나 되나. 어차피 돈벌러 들어간 것 아니냐”, “투자는 타이밍 싸움이다. 성공하면 1000% 수익이 가능하지만, 손해봐도 -80% 정도만 감수하면 된다”는 입장을 대놓고 드러낸다.

이에 따라 회사 측에서 테마와의 관련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해도 투자자들이 해당 종목을 테마주에서 쉽게 ‘놓아주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증시를 뒤흔든 초전도체 관련주는 투자자들의 단타 차익실현 심리를 대변하듯 급등후 되돌림 몸살을 겪고 있다. 서남·덕성·서원·모비스·고려제강 등 5개 관련주의 지난 7월 20일 시가총액은 7276억원이었으나 이달 7일 1조3440억원으로 뛰었다가, 같은달 31일 944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원익피앤이의 경우 3647억원(7월20일)→6130억원(8월16일)→3638억원(8월31일)으로 완전히 상승분을 반납했다. 다만 신성델타테크는 3625억원(7월20일)→1조6463억원(8월17일)→1조3261억원(8월31일)으로 비교적 반락이 심하지 않은데,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퀀텀에너지연구소 지분을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각된 결과로 보인다.

대놓고 단타 매매를 목적으로 삼는 테마주 투자자들은 “카카오에 장투(장기투자)했다가 수익률이 -60%다. 국장(국내주식장) 대표주라는 삼성전자는 7만전자 넘기도 버거워 보인다. 돈벌려고 투자하는건데, 개인투자자들을 불나방이라고 비판만 할 수 있겠는가? 공매도 없는 종목을 중심으로 테마주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국증시의 펀더멘털 개선으로 가치투자가 빛을 보지 않는 한 테마주 장세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 대표 대형주의 실적 정체, 기관투자자가 아닌 개인 및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의 수급 구도가 테마주 형성 도돌이표의 원인”이라며 “반도체 등 대표기업의 실적 개선 가시화와 연기금 등 장기성 기관수급의 유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호 기자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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