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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스스로 ‘비건 한상차림’ 차려먹을수 있도록” [영상] [푸드360]
MZ세대 위한 ‘비건김치수업’ 가보니
기자가 직접 재료를 섞으며 오이 소박이를 만들고 있다.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액젓이 아니라 다진 마늘이 김치의 감칠맛을 내거든요. 단맛을 위해 꿀을 사용하시는 분도 계신데 꿀은 비건 제품은 아니에요. 벌의 희생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풀무원, 9~10월 뮤지엄김치간서 MZ세대 대상 ‘비건김치학교’ 운영

이달 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뮤지엄김치간에서 강사는 ‘비건김치’에 대해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은 식품기업 풀무원이 운영하는 뮤지엄김치간이 기존 어린이·외국인·다문화가정을 중심으로 열었던 김치학교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2030세대에게 확대해 운영하는 ‘2030 비건김치학교’ 첫날이었다.

비건(vegan)은 엄격한 채식주의자, 즉 동물에게서 원료를 얻은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이들을 의미한다. 비건김치는 동물성 식재료인 젓갈 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자가 참여한 오후 수업에는 12명의 성인 신청자가 참가했다. 이날 메뉴는 ‘오이송송이’와 사이드밀인 ‘두부야채비빔면’. 수업은 약 1시간 동안 비건 김치에 대한 개념 소개, 2가지 음식을 각각 직접 손으로 만들어 보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이달 2일 진행된 풀무원의 ‘2030 비건김치학교’에서 ‘오이송송이’ 재료가 담겨 있다. 김희량 기자
이달 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뮤지엄김치간에서 참가자들이 ‘2030 비건김치학교’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오이송송이’를 버무리고 있다. 김희량 기자
비건 김치, 일반 김치와 다른 점은?…“젓갈은 물론 꿀도 안 들어가”

참가자들은 오이, 부추, 파프리카, 양파 등을 스스로 잘라보며 고춧가루와 소금, 매실청, 다진마늘을 직접 넣고 버무렸다. 재료를 만지며 오이송송이 김치를 만들어갔다. 중간중간 식재료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있었다. 강사는 “오이송송이는 오이를 ‘송송’ 썰었다는 의미로 깍두기와 같은 말이지만 궁중에서는 된소리를 쓰지 않아 사용하게 된 이름”이라며 어원을 설명했다.

‘2030 비건김치학교’의 한 참가자가 양념이 밴 두부면을 섞고 있다. 김희량 기자
‘비건김치학교’ 왜?…“MZ세대 스스로 ‘건강한 한상차림’ 챙길 수 있도록”

풀무원의 ‘2030 비건김치학교’는 이달 2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차례, 이달 16일과 30일을 제외하고 총 10회로 운영된다. 만 20~39세(1984년~2002년)면 참가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참가자의 연령을 확인한다. 풀무원은 비건식을 하는 소비자뿐 아니라 식단 조절·다이어트 등에 관심이 많은 MZ세대가 자신을 위한 건강한 한상차림을 스스로 차려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한다.

뮤지엄김치간에 있는 각종 김치 모습 김희량 기자

풀무원은 사회공헌사업으로 운영하는 뮤지엄김치간은 평소 어린이 김치학교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뮤지엄김치간 관계자는 “어린이학교는 500명 정도 모집하면 5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수요가 많다”면서 “배달 음식 등 접근이 편해졌지만 건강한 식생활에 관심 있는 성인을 대상으로도 운영해 보고 싶어 시범 운영해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수업에는 실제로 비건인 소비자도 직접 참여했다. 2년째 채식을 하고 있다는 20대 직장인 정영경 씨는 “1인 가구라 김치 만들기가 엄두가 안 났다. 집에서는 김치를 거의 못 먹고 지냈다”고 했다. 이어 “직접 먹어보니 맛있었다. 사 먹을 수 있도록 (비건)제품군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건 여부와 무관하게 체험에 참여한 소비자도 있다.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우연히 김치를 주제로 얘기하다 알게 돼 여자친구와 오게 됐다”면서 “직접 만들어 보니 맛있어서 집에서도 종종 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만족해 했다.

‘2030 비건김치학교’ 참가자들이 뮤지엄김치간을 둘러보고 있다. 김희량 기자
뮤지엄김치간에 마련된 과거 김장 관련 신문 기사들 김희량 기자
수업 후 뮤지엄김치감 투어 진행…각종 김치 볼 수 있게 모아놔

수업이 끝난 후 제공되는 뮤지엄김치간 투어는 4~6층에 마련된 공간 곳곳을 도슨트(전시 해설사)와 함께 둘러 보며 김치와 과거 주방의 역사, 계절별·나라별 김치를 만나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뮤지엄김치간은 과거 아이돌 그룹인 트와이스, 세븐틴 등도 직접 방문해 김치를 체험한 곳이기도 하다.

사실 한국인이 지금의 빨간 배추김치를 먹은 지는 100여 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삼국시대 짠지·장아찌 형태였던 김치류가 12~14세기 고려시대 때 물김치, 양념김치 등 독자적인 형태로 분화돼 15~16세기 조선 초기 젓갈을 사용한 석박지가 탄생했다. 이후 조선 후기(1850~1860년 추정)에 이르러서야 지금의 김치에 사용되는 결구형 반결구종 배추 육종에 성공해 배춧잎 사이사이에 양념소를 채우는 통배추김치의 모습이 됐다고 한다.

“한국인, 조선 후기 돼서야 빨간 김치 먹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

풀무원은 김치사업을 ‘한국 식문화업(業)’이라고 정의하며 김장 문화 계승을 위해 1987년부터 김치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1999년부터 OEM(주문자 상표제작 부착) 사업으로 김치 사업을 시작, 2019년부터는 전북 익산에 자체 공장을 지어 직접 김치를 제조해 수출·유통하고 있다. 풀무원은 한국 전통김치보다 먼저 비건 김치를 수출해 왔다. 2019년 비건 김치를 수출한 뒤 지난해부터는 미국 월마트 등에서 젓갈로 맛을 낸 한국 전통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한편 시장조사 전문기관 마켓리포츠월드(Market Reports World)는 2025년 세계 김치 시장이 42억8000만달러 규모(약 5조656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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