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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아찔하게 진화하는 테마주…테라노스·황우석 교훈도 [‘과학의 탈’을 쓴 테마주]
유전개발·만리장성 테마로 급등락도
삼성전자도 테마주 출신?…“장기투자해야 유효”
황우석(왼쪽) 박사와 엘리자베스 홈즈 전 테라노스 최고경영자 [연합·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시대에 따라 국내 증시의 테마주는 진화를 거듭해 왔다. 하지만 상장사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주가 상승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되돌릴 수 없는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변하지 않는 교훈은 투자자들의 마음에 각인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증시에서 테마주는 한국 경제의 활황기인 1980년대 처음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1980년대 중반 북예멘 유전 개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선경(현 SK네트웍스), 유공(현 SK이노베이션), 현대종합상사 등 관련주가 동반 급등한 것이 테마주의 시초로 꼽힌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북방외교에 공을 들이던 시점엔 다소 황당한 ‘만리장성’ 테마가 등장했다. 당시 ‘중국 정부가 만리장성에 바람막이를 설치하기로 해 알루미늄 창호를 전량 납품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대한알루미늄이 급등했고, 공사에 투입되는 노동자들에게 고무신을 공급한다는 풍문과 함께 태화 주가도 상승했다.

여기에 인부들의 간식과 소화제도 국내 업체가 대기로 했다는 근거없는 소문이 번지면서 삼립식품(현 SPC삼립)과 한독약품(현 한독) 등의 주가도 널뛰었다. 하지만 모두 소문에 불과했을 뿐 급등 이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대한알루미늄과 태화는 현재 증시에서 퇴출당한 상태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도 처음에는 테마주로 분류되기도 했다.1993년 9월 선경경제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케이블 텔레비전(CATV) 관련 새로운 테마주로 부상할 것’이라는 취지로 분석자료를 내 주가 급등에 불을 지폈다. 정부가 1995년까지 CATV 기자재의 국산화율을 85%까지 높일 계획인 만큼 수혜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삼성전자 주가가 우상향한 것은 사실이나, CATV 테마 소멸 이후에도 지속적인 가치상승이 이어져 가능한 일이었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들어서는 실체가 불분명한 테마들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코스닥시장을 강타한 정보기술(IT) 및 인터넷 투자 열풍에 따른 것이었다. ‘인터넷 사업을 시작했다’고 소문만 나면 상한가 행진을 벌인 ‘닷컴 버블’의 시대였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는 정치 테마주 열풍이 데자뷔처럼 반복됐다. 18대 대선에선 유력 정치인 인맥 테마주가 시장을 뒤흔들었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 등 대선 후보와 연관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주가가 급등했다. 19대 대선에서도 반기문·안철수 테마주가 지지율에 따라 급등락을 거듭했다. 물론 20대 대선 때엔 윤석열 대통령 테마주가 나왔다.

전 세계를 떠들석하게 했던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황우석 테마주’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0년 설립된 홈캐스트는 황 박사가 대표로 있는 바이오회사 에이치바이온이 최대주주로 있어 대표적인 ‘황우석 테마주’로 꼽혔다. 황 교수가 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홈캐스트의 주가는 10배 이상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황우석 테마 뒤엔 주가조작 세력이 있었다. 홈캐스트의 전 대표인 신 모씨는 주가 조작세력과 작당해 바이오 회사 에이치바이온을 인수한 뒤 허위·부실 공시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했으며, 주가조작을 위해 유상증자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주가 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영진들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3만원대까지 치솟았던 홈캐스트의 주가는 현재 4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미국도 ‘과학 테마’의 예외는 아니다. ‘역대급 사기’로 들통난 테로노스 사태가 대표적이다. 엘리자베스 홈스는 2003년 스탠퍼드대를 중퇴하고 테라노스를 창업하면서 혈액 몇 방울로도 각종 질병을 단번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 루퍼트 머독과 벤처 업계에서 잇따라 거액을 투자했고, 전 국무장관인 조지 슐츠를 이사로 영입했다. 2014년 테라노스의 가치가 90억달러(당시 기준 약 9조9000억원)를 웃돌고, 홈스의 자산도 45억달러(당시 기준 4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면서 2015년 5월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의 자수성가형 여성’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10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테라노스 기술의 유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투자 사기 의혹이 증폭됐고, 결국 홈스는 2018년 6월 각종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올해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2차전지 소재기업 에코프로 그룹주도 초기에는 테마주 성격이 있었지만 불과 몇년 만에 코스닥 대장주로 성장했다. 하지만 초전도체, 맥신, 양자컴퓨터 등 최근의 과학 테마주를 에코프로의 사례와 동일시, 한탕주의성으로 과도한 수익을 기대하는 주식 투자는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에코프로는 아직 시장 평가가 끝났다고 볼 수도 없으며, 현재 테마주 시장은 들어가는 순간부터 언제 빠져나갈 지 눈치보기 싸움을 시작하는 만큼 과거 성공사례에 빗대 판단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면서 “20% 수익을 먹고 나오더라도 100% 수익을 얻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계속 들락날락하는 양상이다. 이같은 현상은 개인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에게서도 목격된다”고 말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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