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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최근 인공지능(AI) 칩 호황에 중국 기업까지 첨단 메모리인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 본격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간 첨단 기술 경쟁이 한층 격화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HBM 칩 시장의 확대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이 낸드플래시에 이어 또다시 D램 첨단 기술을 확보하며 국내 기업들의 시장을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최근 HBM의 자체 생산을 모색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초고성능 반도체로, 대규모 데이터 학습에 필요한 AI에 필수적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HBM은 현재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HBM3P)-6세대(HBM4) 순의 제품명으로 개발되고 있다. 제품의 세대가 높아질수록, 칩의 대역폭이 커져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고, 메모리 용량도 더 높다는 설명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의 제재로 인해 중국이 HBM에서 세계 선두권 기업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을 따라잡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몇 년이 걸리더라도 HBM 자급을 이뤄야 한다고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자국 주요 D램 반도체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HBM 자립을 위한 최고 목표로 꼽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CXMT가 HBM을 생산하는 데 최대 4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울러 CXMT나 다른 중국 반도체 제조사가 HBM을 생산하고자 한다면 미국의 제재 탓에 최첨단 기술이 아닌 그보다 낮은 단계의 기술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전해진다.
앞서 CXMT는 지난해 10월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이 됐다. 그럼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HBM 생산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같은 최첨단 기술은 필요 없어 최신 장비가 없어도 중국이 자신만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에선 아직 중국의 HBM 기술력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는 못 미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D램은 아니지만 낸드의 경우 중국이 매우 빠른 속도로 경쟁사들을 따라잡은 바 있기 때문이다.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후발주자인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가 만든 232단 낸드 제품을 시중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중간 기술 개발을 뛰어넘으며 매우 빠른 속도로 첨단 칩을 개발해 상용화한 바 있다”며 “낸드 기술 측면에서는 YMTC가 삼성과 SK하이닉스에 못지 않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5년 당시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라인 [게티이미지] |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층인 238단 4D 낸드를 지난해 8월 첫 공개했고, 올해 6월 양산을 시작했다. 지난달 초에는 세계 최대 적층인 321단 낸드 샘플을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236단 낸드 8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했고, 마이크론은 지난해 7월 232단 낸드 출하를 시작했다. 중국 YMTC가 이런 최상위 업체들에 뒤떨어지지 않는 경쟁력을 선보이고 있다고 평가한다.
HBM 시장은 갈수록 기술 격전이 심화될 전망이다.
이 시장 글로벌 점유율 1위인 SK하이닉스는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인 미국의 엔비디아에 조만간 HBM3E를 공급하고 내년 상반기 양산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의 제품은 엔비디아의 슈퍼 GPU인 ‘GH200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에 탑재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최근 엔비디아는 차세대 HBM인 ‘HBM3E’를 탑재한 슈퍼 GPU인 ‘GH200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을 내년 2분기에 양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4분기부터 HBM3의 엔비디아 GPU 공급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기존에 엔비디아의 GPU인 H100에 SK하이닉스가 단독으로 HBM3를 공급했으나, 향후 삼성 역시 복수 공급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씨티증권이 보고서를 통해 “삼성의 HBM3 인증 일정과 최근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삼성은 4분기부터 엔비디아에 HBM3 공급을 시작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내년 중 HBM3 주요 공급사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씨티증권은 “삼성전자는 앞서 투자자 미팅에서 2분기 중 HBM3 샘플을 고객사에 이미 보내 품질테스트를 진행 중이고, 3분기 말까지 검증 절차가 끝날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엔비디아가 사용하는 HBM3의 30%까지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되며, 삼성은 차세대 제품인 HBM3P도 내년 중 공급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HBM 등을 비롯해 내년 메모리 시장 수요가 올해보다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전반적인 반도체 시장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D램 관련 수요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D램 생산량 증가)는 예년보다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내년엔 올해보다 수요 비트그로스가 11.1% 상승할 전망이다. 이에 따른 칩 공급 물량 확대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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