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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사무장병원 근절 ‘건보 특사경’ 외 대안없어

‘사무장병원’이라고 들어본 적 있는가? 비(非)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뒤 의사를 고용하고 명의를 빌려 개설해 운영하는 형태의 병원이다. 실제 개설자인 비의료인이 사무장으로 재직하는 경우가 많아 그렇게 불린다. 의료법은 의료기관의 개설권을 의료인으로 제한하고 있어 개설 자체가 불법이다.

겉으로 보면 그냥 병원이나 의원과 같아 전혀 문제 없어 보인다. 의사가 자기 명의로 병원을 개설해 진료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 그러나 들여다보면 환자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위협하는 존재다. 동시에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주범이기도 하다. 실제 운영자인 사무장은 환자 진료와 치료보다는 영리추구에 치중하는 까닭이다.

환자 안전관리에 소홀할 뿐 아니라 과잉 진료도 일삼는다. 불필요한 약물 사용과 함께 건강보험 급여액의 허위·부당 청구 사례도 비일비재하게 확인된다. 지난 2018년 화재로 총 159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의 세종병원이 바로 사무장병원 운영상 나타난 안전관리 소홀의 대표적 사례다.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사무장병원 적발과 부당이득금 환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 행정조사를 통한 현행 단속 체계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더라도 문제는 있다. 증거인멸과 재산은닉을 방지하려면 신속한 수사가 생명이다. 또 자금 흐름을 재빨리 파악해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경찰은 강력사건 등 민생 현안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또 일선 수사인력 부족으로 인해 건강보험 부정 수급 관련 수사는 우선순위에서 밀려 수사가 평균 11개월을 넘기면서 장기화되는 실정이다.

이러는 사이 사무장병원은 폐업해버리고 재산은 은닉돼 부당이익금 환수가 불가능해진다. 건보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 14년간 불법 개설 의료기관의 부당 진료비용이 총 3조4000억원에 달하며, 그 액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런데 환수액은 부당 진료액의 6.7%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건강보험 재정누수를 막아 건보료 인상 우려를 잠재우려면 우선 사무장병원의 부당이득금 환수가 급선무다. 이를 위한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계좌 추적, 출석 요구 등 수사권한이 없는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국회 여야 의원들의 관심 속에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이 발의돼 법안이 심사 중이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법안 처리는 지연되고 있으며, 그 사이에도 부당 진료는 이뤄지고 있다.

일각에선 민간인 신분인 공단 직원에 대한 특사경 권한 부여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수사권 오남용 우려도 한다. 하지만 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설립된 특수공법인으로,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준정부기관이다. 금융감독원, 국립공원관리공단 등도 특사경 권한을 부여받아 운영하는 선례 또한 있다.

개정 대기 중인 특사경법 개정안은 불법 개설기관에 대해서만 수사를 하도록 했다. 수사 대상 선정 역시 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해 선정하도록 엄격히 규정했다. 수사권 오남용 문제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는 셈이다.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선 공단의 특사경 권한 부여 외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국회에서 법안이 하루빨리 처리돼 건보재정의 누수가 더는 확대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이인영 홍익대 법학부 교수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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