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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9일 국무회의서 김영란법 개정…"농어가 소득증대"vs"총선용 민원해결"[김용훈의 먹고사니즘]
22일 서울 한 하나로마트 매장에 청탁금지법 선물 상한액 인상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권익위는 지난 21일 설·추석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선물 가격 상한을 3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하는 내용의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서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을 둘러싼 여론이 둘로 나뉘고 있습니다. 농어가 소득증대를 위해선 김영란법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과 입법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란 반대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죠. 매년 추석이나 설 명절이 다가오면 반복되는 논란이지만, 물가가 그 어느 때보다 치솟으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더 가열되는 양상입니다.

김영란법 개정…선물은 30만, 식사는 3만

국민권익위원회는 오는 29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안건으로 올립니다. 이번에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종전 10만원까지만 허용되던 농수산물 및 농수산가공품 선물의 가액을 15만원으로 상향됩니다. 특히 농수산물 등의 선물 산한액은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엔 2배까지 허용되기 때문에 이번 추석부터 선물 가액이 30만원으로 늘어납니다. 권익위는 이번 추석(9월 29일) 24일 전인 다음 달 5일 이전에 개정안이 시행되도록 입법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한다는 계획입니다. 설날·추석 선물기간은 설날·추석 전 24일부터 설날·추석 후 5일입니다. 이 기간 중 우편 등으로 발송해 해당 기간 후에 수수한 경우 수수한 날까지 인정이 됩니다. 또, 공연 관람권 등 온라인·모바일 상품권도 선물 가능 항목에 포함됩니다. 다만, 바로 현금화가 가능해 금전과 유사한 성격을 갖는 백화점 상품권 등 금액상품권은 제외됩니다.

김영란법이란 공직자와 언론사·사립학교·사립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법률입니다. 정확한 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며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해서 ‘김영란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2016년 9월 시행된 김영란법은 올해로 7년째입니다. 7년간 식사비는 3만원, 선물가액은 2017년 12월 시행령이 한 차례 개정돼 6년간 10만원에 묶여 있었습니다. 이런 탓에 물가는 상승하는데 선물가액은 오르지 않아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죠.

상인들은 환영…외식업계 "최저임금 급등에도 식사비만 동결, 왜?"

상인들은 오랜만에 신이 났습니다. 서울 성동구 마장 축산물시장의 40대 상인 A씨는 “김영란법 10만원에 맞춰서 9만8000원짜리 선물세트를 판매해왔다”며 “이전에는 3인가구가 구워 먹을 수 있는 양을 준비했다면, 15만원으로 선물 가액이 오르면 살치살, 꽃등심 등을 4인 기준으로 양을 늘려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수산물 업계에서도 들뜬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수협중앙회는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다음 달 추석부터 상향된 금액 수준으로 수산물을 선물할 수 있게 돼 수산물 소비 진작에 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상인 조모 씨는 “아무래도 수산물은 단가가 높기 때문에 5만원 차이면 판매하는 전복 사이즈가 바뀐다”며 “가액이 올라가면서 고급 수산물이 더 팔릴 것으로 예상돼 추석이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청탁금지법 상 선물과 식사비 사이 괴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식사비는 기존 3만원으로 동결됐기 때문입니다. 식사비 기준은 2016년 김영란법 첫 시행 당시 정한 3만원을 8년째 따르고 있습니다. 선물과 10배 차이가 납니다. 외식업계는 이 법 시행 이후 8년간 제자리인 식사비 한도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3만원이란 한도는 ‘2003년 공무원 행동강령’을 참고한 금액입니다. 20년전 기준이죠. 이 탓에 외식업계는 오른 물가만큼 김영란법 상 식사비 상한액을 높여 달라고 수차례 주문했습니다. 김영란법 시행 후 최저임금은 2016년 6030원에서 2023년 9620원으로 59.5%가 인상됐습니다. 내년 최저임금은 이보다 더 오른 9860원입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법 시행 이후 8년 동안 소상공인 지출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이라며 “시행령이 규정한 금액은 매년 동결돼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시민단체 “30만원 선물이 '미풍양속'?"..."여당 총선용 이벤트"

[뉴시스]

또, 반발도 분명히 있습니다. 부정청탁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공직자와 언론인 등에게 허용되는 식사비와 경조사비, 선물 가액 등의 범위를 규정한 김영란법의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참여연대는 ‘청탁금지법 추석선물가액 상향조정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금품 등의 수수를 제한하고 부정한 청탁을 금지하자는 취지로 권익위가 제안해 만들어진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취지를 스스로 훼손했다”며 “도대체 30만원짜리 농수산물 선물이 어떻게 미풍양속이 되고 의례적 선물이라고 할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존재합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국회의원은 청탁금지법 선물 한도 확대에 반대 뜻을 밝혔습니다. 김 의원은 최근 권익위의 시행령 개정에 대해 국민적 동의나 의견 수렴 없는 속전속결 처리로, 청탁금지법은 사문화하고 청렴도는 후퇴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부패 방지 업무를 담당하는 권익위가 여당의 총선용 민원 해결 창구나 거수기 역할로 전락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용훈의 먹고사니즘]은 김용훈 기자가 정책 수용자의 입장에서 고용노동·보건복지·환경정책에 대해 논하는 연재물입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나 부족함이 느껴질 때면 언제든 제보(fact0514@heraldcorp.com) 주세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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