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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희준·박수정 건축공방 공동대표 인터뷰
소규모 건축물부터 2000가구 아파트까지
건축 분야 스펙트럼 넓힌 ‘일상의 건축’ 지향
건축물 그 자체만이 아니라 주변 환경도 고려
글램핑 디자인으로 세계 디자인 어워드 수상
민간건축보다 파급력 큰 공공건축 도전도 지속
건축공방이 설계한 경기도 가평 글램트리 리조트 모습. [건축공방 제공]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건축에선 건물 하나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건물까지 가는 과정에서 겪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걷는 골목길의 풍경 이런 것들은 일상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건물뿐 아니라 그런 부분들도 가급적이면 저희가 함께 작업을 하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심희준·박수정 건축공방 공동대표)

건축물 자체만 고려하지 않는다. 건축물과 주변 환경의 조화를 고려한다. 장소마다 맥락을 고려한 건축을 지향하기에 설계한 건축물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갖는다. 건축공방 공동대표이자 부부인 심희준·박수정 건축가가 추구하는 건축 철학이다.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건축공방 사무실에서 만난 이들은 ‘일상의 건축’을 강조했다. 두 건축가는 ‘아이코닉’, ‘랜드마크’ 등 화려함에 초점을 맞춘 용어로 설명되는 건축물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수준이 높은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꿈꾼다.

건축공방에서 도전하는 프로젝트가 어느 한 분야에 머물러있지 않는 것 또한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들이 작업하는 범위는 3x3m 규모의 건축물부터 2000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아틀리에(소규모 사무소)가 잘 지원하지 않는 국립의료원 설계 공모에 도전하기도 했다. 심 대표는 “설계 작업을 할 때 특정 분야의 프로젝트만 하지 않는 건 사람이 사는 주거 공간도 매우 중요하지만, 사람이 일을 하는 공간, 잠깐동안 레저를 즐기는 공간, 스쳐지나가는 도서관 등 여러 공간들이 복합적으로 일상의 루틴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저희는 가급적이면 다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설명했다.

건축공방이 현재 작업 중인 송산리 글램핑장 조감도. [건축공방 제공]

이러한 철학을 가진 이들을 대표하는 프로젝트 분야 중 하나는 글램핑이다. 지난 2013년 준공한 경기도 양평 ’생각속의 집’을 시작으로 ‘가평바위숲 온더락’, ‘글램트리 리조트’ 등 자연을 품은 글램핑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건축공방은 이 같은 프로젝트들을 통해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iF 디자인 어워드 등 세계적인 건축 시상식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글램핑 디자인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콘크리트나 벽돌과 같은 재료가 건축의 축이라고 생각되는 시기였다. 저희가 리서치도 많이 해보고 직접 글램핑장에 가보면 주변 환경이 좋지 않음에도 사람들이 비싼 돈을 내고 글램핑장을 찾더라”라며 “그렇다는 건 분명 도심에서 벗어난 자연환경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이고, 한국은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글램핑 또한 건축가의 영역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건축공방이 설계한 경기도 가평 글램트리 리조트 웰컴센터와 인피니티풀 모습. [건축공방 제공]

특히 가장 최근에 준공된 글램트리 리조트(2020년)는 건축공방이 직접 마스터플랜을 짜고, 대지 선정부터 설계, 시공까지 건축 과정 전반적으로 참여해 만들어졌다. 이들은 글램핑을 찾는 사람들의 목적 자체가 자연 속에서의 휴식인 만큼 글램핑장 주변의 자연 모습을 그대로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글램핑장 대지에 있던 기존의 감나무를 최대한 남기고, 글램핑장 한 동당 규모를 약 992㎡(300평)로 설계해 모든 동에서 자연 경관을 파노라마처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박 대표는 “(글램트리 리조트) 부지 자체에 약간의 경사가 있었는데 이를 거의 다 유지하며 각 동을 배치했다”며 “자연 그대로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에 집중해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건축공방이 작업해 2등으로 입상한 인천 검단 박물관·도서관 복합문화시설 조감도. [건축공방 제공]

이들은 글램핑을 비롯한 민간 프로젝트뿐 아니라 공공 프로젝트에도 끊임없이 지원하고 있다. 현재 박 대표는 서울시 공공건축가, 동작구 경관위원, 안성시 공공건축심의위원 등으로, 심 대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청신호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심 대표는 “기업 또는 개인의 프로젝트도 중요하지만 공공건축과는 파급력이 다르다. 공공건축물에서의 경험이 그 나라의 수준을 보여주기 때문”이라며 “상대적으로 높은 금액이 투입되는 민간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좋은 건축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게 저희에게는 중요하다”고 했다.

건축공방이 작업해 2등으로 입상한 인천 검단 박물관·도서관 복합문화시설은 사람의 동선과 동물의 동선을 분리한 게 특징이다. 박 대표는 “특이하게 설계했던 부분이 건물 상부에 그린 루프(나무와 숲, 꽃 등 식물로 건물 외관을 꾸미는 방식)가 있는데 양쪽의 생태브릿지가 끊겨 있어서 사람과 자연이 분리되어서 가는 형식”이라며 “보통은 사람이 동물과 가깝게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인간의 관점”이라고 말했다.

건축공방이 지금까지 작업해온 프로젝트들의 모습. [건축공방 제공]

또한, 박 대표는 “한국은 공공건축에 투입하는 예산이 적지 않은 나라 중 하나”라며 “공공건축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에서도 점점 수준이 높은 공공건축물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렇듯 민간·공공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건축에 도전하고 싶다는 건축공방의 두 대표는 ‘나이가 들어도 깊이 있는 건축을 하는 건축가’로 각인되고 싶다고 말한다. 심 대표는 “유럽을 보면 70대, 80대가 되어서도 전 세계를 누비며 설계 작업을 하고 모든 과정에 디테일하게 참여를 하는 건축가들이 많다”며 “저희가 바라는 모습이 그런 모습이다. 죽는 날까지 안주하지 않고 건축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수정·심희준 건축공방 공동대표. [건축공방 제공]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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